남북이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상 무력충돌 방지 등 구체적 긴장완화 조치에 합의한 것은 반세기를 넘긴 군사적 대치상황에서 획기적이다. 최근에도 두 차례 유혈충돌을 겪은 북방한계선(NLL) 부근해역의 국지적 긴장완화가 중심이지만, 원칙적인 적대행위 회피 합의를 넘어 양쪽 해군 함정의 공용 통신망 사용 등의 실질적 협력에 합의한 것은 전례 없다. 그만큼 양쪽 합의서가 선언한 것처럼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해 남북이 함께 나아가는 데 값진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양쪽이 타협하기 어려운 명분 따위에 집착하지 않고, 서로 도움되는 실질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서해 꽃게잡이 분쟁 예방에 가장 큰 걸림돌인 NLL 문제를 예상보다 쉽게 넘어선 것은 전에 없는 지혜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한다. 물론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막으려는 북쪽의 절박한 이해와 뼈아픈 유혈충돌 경험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없던 유연한 타협은 화해와 협력으로 공들여 쌓은 신뢰가 바탕이라고 믿는다.
남북 해군 함정의 국제 상선공통 통신망 사용 및 깃발·발광 신호규정 제정은 휴전선 남북 경계병이 마주보며 대화와 손짓으로 뜻하지 않은 적대행위를 피하는 것에 비유할 만하다. 이런 점에서 휴전선 전역의 선전활동 중지와 선전수단 제거 및 상호 공개검증에까지 합의한 것은 지속적인 신뢰구축과 긴장완화를 위해 바람직하다. 또 한층 높은 수준의 군사적 협력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남북은 이번 회담 성공에서 단순한 긴장완화를 뛰어넘는 의미를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미군 재배치 등으로 한반도 군사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 비춰, 남북이 군축 등에 협력하는 자주적 공동안보 노력만이 평화와 공영을 보장할 것이라는 점을 함께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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