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초동 서울고법의 한 법정으로 유명 정치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기자가 "17대 국회가 개원해 바쁘지 않느냐"고 묻자 그들은 당당하게 "법정에 선 '동지'를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최근 법원이 정치인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지난 2일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열린우리당 정대철 전 의원에 대한 공판에 문희상 의원이 방청객으로 참석했고, 3일 이상수 전 의원의 항소심 공판에는 원내대표인 천정배 의원 등 동료 의원 5명이 방청석을 지켰다. 지난달에도 김원기 고문, 정동영 전 의장, 원내대표를 지낸 김근태 의원, 이해찬 유인태 의원 등 20∼30명의 의원들이 동료 정치인들의 재판을 지켜봤다. 정치인 재판이 있는 날 이들 외에 지지자들까지 가세하면 법원은 정당의 집회장이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붐빈다.
지난 날 동고동락했다 영어(囹圄)의 몸이 된 동료 정치인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려는 인지상정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힘있는 정치인들이 방청석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에서 동료 정치인들을 선처해 달라는 무언의 압력이 느껴진 것은 왜일까. "십자가를 짊어진 분에게 힘이 됐으면 해서 왔다"는 한 정치인의 말과 법정에서 구속된 동료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이들은 결코 죄인이 아니다'는 오만한 믿음마저 풍겨나왔다. '동료애'로 포장되긴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과거 권력 실세들의 재판 때마다 계파 정치인들이 대거 몰려드는 모습과 다를게 없다는 생각도 지워지지 않았다.
국민들은 17대 국회의원들이 낡은 관행과 구습의 껍질을 과감히 깨주길 기대하고 있다. 동료애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17대 국회를 준비하는데 모든 시간과 역량을 쏟아야 할 때 아닐까.
/김지성 사회1부 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