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의 감독(곽재용)과 ‘엽기녀’ 전지현이 또 다시 조우했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에서. 그 ‘여친’을 소개하는 ‘남친’ 역으로 장혁이 가세한다. 그 이름도 차태현이 분했던 견우를 연상시키는 명우다. 그렇다면 ‘여친소’는 ‘…그녀’의 속편? 아니나 다를까, 둘은 많이도 닮았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빼 닮았다.당장 영화의 으뜸 유인인자인 전지현의 연기부터 그렇다. 2003년의 주목할 만한 문제작 ‘4인용 식탁’(감독 이수연)에서 과감하게 탈-엽기녀를 시도했던 그녀는 그 아름다운 시도가 허망하기라도 했다는 듯, 다시금 예의 이미지로 100% 복귀, 투신한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더 이상 상술하진 않겠다만, 특히 말미에 이르면 ‘…그녀’에 기대겠다는 영화의 의도는 아예 ‘노골적’이다.
그 때에 이르면 영화는 2001년의 그 대박 코미디의 '속편'(sequel)이 아니라 ‘전편’(prequel)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러고 보니 제목부터가 그렇다. 자기의 여친을 소개하는 데 그 여친이 한마디로 엽기녀인 셈이다. ‘여친소’의 여순경 경진은 영락없는 엽기녀다. 따라서 정색하고 현실적 설득력 따위를 들이대면서 보면 도저히 영화를 ‘즐감’할 수 없다. 경진은 우리사회에서 도저히 존재하기 불가능할 법한 허구적 캐릭터인 탓이다. 반면 여고 물리교사인 명우는 우리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퍽 현실적 캐릭터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캐릭터의 결합이 묘한 극적 재미를 발생시킨다.
하지만 그 극적 재미가 영화를 관류하진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여친소’가 ‘…그녀’의 그 빼어난 극적 호흡을 재연하진 못하는 것이다. ‘여친소’에서 코미디는 코미디대로, 멜로는 멜로대로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드는 건 그래서다. 때문에 몰입이 생명인 영화 속으로 빠져들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하긴 ‘…그녀’에 ‘클래식’의 신파-그렇다고 부정적 함의만을 내포하는 건 아니다-에다, ‘고스트’(‘사랑과 영혼’) 모티프까지 뒤섞은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 게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조엘·에단 코엔 감독의 신작 ‘레이디 킬러’(The Ladykillers)는 그럭저럭 극적 재미를 유지시키는 무난한 코미디다. 미시시피 강의 선상 카지노 밴디트 퀸을 털기 위해 뮤지션으로 위장하고 초로의 흑인 미망인 먼슨 여사의 집 지하실에 침투하는 범죄자들 이야기. 1955년 영국 일링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알렉산더 매켄드릭이 감독한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했다.
현존하는 가장 재능 있는 형제 감독의 명성을 고려하는 순간, 그러나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지나치게 무난, 평범하기에 하는 말이다. 미국의 국민배우라 할 톰 행크스의 연기 또한 무난에 그친다. 올 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심사위원상을 영화가 아닌 먼슨 부인 역 이르마 P. 홀의 품에 안긴 까닭도 그 때문일 것이다.
전찬일/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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