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스카니의 태양인생이 고달플 때, 때로는 길거리에서 마주친 강아지의 큰 눈망울이 위로가 된다. 저 놈이 무슨 고민이 있으랴? 아니면 ‘바그다드 카페’처럼 오히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사람에게서 위안을 얻을 수도 있고. ‘투스카니의 태양’(Under The Tuscan Sun)은 수고하고 지친 자들에게 무작정 낯선 곳으로 떠날 것을 ‘강추’하는 영화다. 눈부신 태양 아래 집들은 올망졸망하고, 사람들은 언제나 큰 웃음 짓는 곳, 바로 이탈리아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프란체스(다이안 레인)는 어느날 느닷없이 이혼통보를 받는다. 집까지 빼앗기고 허름한 여관으로 쫓겨난 그녀. 결국 친구의 권유로 이탈리아 여행 길에 오르고 그곳에서 동성친구(린제이 던칸)와 이성친구(라울 보바)를 사귄다. 낙천적이면서 열정적인 그들의 삶의 방식은 울적해 있던 프란체스에게 새 삶의 희망을 들이붓는다.
낯선 곳에서의 낯선 만남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다뤘지만 영화는 매력적이다. 올해 40세인 다이안 레인은 여전히 아름답고, 여성감독 오드리 웰스의 시선은 촘촘하고 따뜻하다. ‘쉽게 포기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다’ 정도의 세계관이라 할까. 무엇보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이탈리아 휴양도시 투스카니의 이국적 모습과, 그곳에서 가난하지만 큰 짐 짊어지지 않고 살아가는 이탈리아인들의 삶의 방식이, 좋다. 2003년 작. 15세 관람가.
■일 포스티노
‘투스카니의 태양’보다 더 뜨겁게 작렬하는 이탈리아의 태양을 보고 싶다면 1994년 작 ‘일 포스티노’가 제격이다. 나폴리 인근의 작고 아름다운 섬에서 펼쳐지는 순박한 우편배달부와 시인의 이야기. 여기에 195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은 이탈리아를 더욱 고풍스럽고 낯설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대사도 이탈리아어, 배우도 이탈리아 배우, 모든 게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한 작은 섬의 우체국이 갑자가 바빠진다. 칠레의 유명시인 파블로 네루다(필립 누아레)의 도착으로 우편물이 엄청나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 우편물을 소화하기 위해 새로 고용된 배달부가 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부의 아들 마리오 로폴로(마시모 트로이지)다. 둘은 금세 친구가 되고, 마리오는 아름다운 시와 은유의 세계에 빠져든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파블로 네루다가 1952년 모국 칠레에서 추방된 뒤 이탈리아 정부가 섬에 그의 거처를 마련해준 실화에 근거했다. 마리오가 섬을 떠난 네루다에게 보내기 위해 섬의 여러 소리를 녹음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해변의 파도소리, 어부들이 그물 걷어올리는 소리, 그리고 밤하늘의 별빛까지. 우편 배달부 역을 맡은 주연 마시모 트로이지는 영화의 내용 그대로, 촬영이 끝난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원제 ‘Il Postino’는 이탈리아어로 우편 배달부라는 뜻. 감독 마이클 래드포드. 전체 관람가.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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