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설비 전기전자 부품소재 등 핵심 제품에 대한 일본 의존도가 다시 확대되면서 대일(對日)무역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일무역적자는 올들어 최대 기록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금 추세라면 올 연간적자는 사상 처음 200억달러 돌파가 예상된다.2일 한국은행과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금년도 대일 무역적자는 4월말 82억달러에 달한 데 이어 5월말 현재 100억달러를 넘어선 것(20일까지 95억달러)으로 추정된다. 이는 사상 최대의 대일무역역조를 나타냈던 지난해 적자 확대속도(1∼5월 79억달러)보다도 훨씬 빠른 것이다.
대일의존 10년전으로 회귀
대일무역적자 확대의 일차적 원인은 기계설비 및 첨단 전기전자 제품의 수입이 늘어난 데 있다. 발전설비와 기계류 및 부품 수입액은 올들어 넉달간 80억7,700만달러. 이중 35.1%인 28억달러 어치가 일본에서 수입됐다.
이들 분야의 일제 비중은 1995년 38%에 달했으나 지속적으로 하락, 한때 27%대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10년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기전자제품 수입액 가운데 일본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1년 27.3%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28.7%, 금년(1∼4월)엔 29.2%로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연간 46억달러까지 축소됐던 대일무역적자도 올해는 10년전(150달러 내외) 수준을 넘어 200억 달러 돌파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대일무역역조 개선을 위해 소재부품산업의 국산화와 첨단기계설비에 대한 연구투자확대 정책을 펴왔지만 성과는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
껍데기만 국산
'메이드 인 코리아'의 세계적 위상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카메라폰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200개. 절반이상(58%)이 국산부품이지만 핵심은 모두 일본제다. 64화음 벨소리를 내는 부분은 야마하 제품이고, 카메라 모듈에 쓰이는 고체촬상소자(CCD)도 소니 샤프 산요 등에서 제작된 것이다. 단순부품과 껍질정도만 국산인 셈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 전자 등 핵심전자 소재들의 수입비중은 80∼90%에 달한다. 주요 장비도 대부분 일제여서 D램 장비의 경우 국산화율은 23% 정도에 불과하다.
무역연구소 관계자는 "중간레벨 부품소재나 기계류는 상당부분 국내기술의 발전이 이뤄졌지만 첨단·핵심설비 및 부품의 대일의존도는 오히려 더 커졌다"며 "지금대로라면 경제의 정보기술(IT)화가 더 진전될수록 일본제 첨단설비도입이 늘어 대일무역적자도 확대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주요 대기업들이 약속대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투자확대에 나설 경우 일본으로부터 기계 설비 소재부품 수입은 더욱 급증, 대일무역적자는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