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엇갈린 판결로 친형제가 다른 조상을 두게 되는 해괴한 결과가 발생했다.신라시대 학자 최치원 선생의 25세손인 '성두'(成斗)를 선조로 하는 경주 최씨 마곡 종친회는 1997년 종중 땅을 193억원에 판 뒤 종중원 110여명에게 돈을 나눠 줬다.
그러나 족보상 25세손인 '극두'(克斗)의 후손으로 기재된 34명의 후손들은 종중원으로 인정받지 못해 돈을 받지 못했다.
이에 극두 후손들이 반발, 대표 6명이 "극두와 성두는 동일 인물"이라며 종친회를 상대로 종중원 지위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수원지법은 극두와 성두를 동일인으로 설명한 1981년 족보를 근거로 "극두의 후손들에게도 1인당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고 이 판결은 2002년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소송 도중 경주 최씨 중앙종친회가 족보 정리 작업을 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중앙종친회에서 2002년 5월 펴낸 족보에는 극두와 성두가 전혀 다른 인물로 묘사돼 있었다.
수원지법은 극두 후손들 가운데 이미 승소한 6명을 제외한 나머지 후손들이 낸 소송에서는 중앙종친회의 새 족보를 근거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경주 최씨 마곡 종친회는 "이번 판결이 진짜"라며 극두 후손 6명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
종친회는 6명이 종친회 부동산을 경매에 부치자 지난해 4월 경매에 대한 청구이의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안이라 뒤집을 수 없다"며 다시 극두 후손들의 편을 들어 줘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소송에 참여한 극두 후손 A씨의 경우 종친으로 인정받아 돈까지 받게 됐지만 소송을 하지 않은 친동생 2명은 조상이 같은 종친으로 인정받지 못해 다시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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