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의 해체와 동시에 출범한 임시정부의 앞길은 험난하다.대통령과 부통령 2명, 총리 등 '빅4'로 불리는 핵심요직뿐 아니라 32개 각료직에서도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을 짜맞춘 인선이 IGC의 복사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과 총리, 부통령 1명은 IGC 위원이었고, 다른 쿠르드족 출신 부통령도 쿠르드민주당(KDP)이 IGC에 파견한 대표를 지냈다. 인종과 종교를 통합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으나 IGC가 그랬던 것처럼 대부분이 사담 후세인 정권시절 망명생활을 해온 인사들이어서 국민의 지지는 물론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군의 앞잡이인 IGC와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 "미군의 점령정책을 뒷받침해온 인사들이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인선은 특히 '정파나 종파와 거리가 먼 전문기술관료 중심으로 인선하겠다'는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특사의 방침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임시정부 출범부터 정통성 시비를 낳고 있다.
쿠르드족이 부통령직 한 자리와 국방장관 외무장관 등 외교안보 분야를 독점해 이라크의 주류세력인 아랍족의 반발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바그다드 그린존 인근 쿠르드애국동맹(PUK) 사무실 부근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고 쿠르드 지역에 가까운 모술과 키르쿠크에서도 박격포 공격과 폭탄테러가 이어지고 있어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대통령직 인선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IGC와 미군 간 갈등이 임시정부 운영과정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측이 대통령직을 거절한 아드난 파차치를 고집한 것은 그가 3월 채택된 임시헌법 준비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했다는 점도 있으나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하고 임시정부와 미군 및 연합군과의 관계, 석유수출대금의 관리 등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할 적임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미군의 이라크 점령과 주권이양 등에서 미국측에 비판적 시각을 보여온 셰이크 가지 알 야와르 IGC 의장이 대통령에 임명된 것은 앞으로 임시정부와 미군의 관계가 원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복잡하다. 미국 영국 등 연합군을 파견한 국가들은 "민주주의로의 한 단계 발전"(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역사적인 일"(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이라고 추켜세운 반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정부구성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미국이 IGC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일부 보도를 뒷받침 했다.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반전국가들은 아무런 언급이 없었으며, 중동국가들도 쿠웨이트 바레인 요르단 3개 친미국가만이 "임시정부와의 유대강화를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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