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시행된 모의평가는 11월17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전국 단위의 시험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정부가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에서 교육방송(EBS) 수능강의와 실제 수능시험을 연계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반영 비율이 얼마나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모의평가를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학생들이 EBS에서 문제가 많이 나왔음을 체감할 수 있도록 출제했다"고 밝혔고, EBS측은 분석자료를 통해 전체 문항의 55∼90% 가량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입시학원 역시 "문제 유형이 똑 같지는 않았으나 EBS 교재에서 나온 지문이나 도표 등이 상당부분 활용됐다"며 중·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EBS 수능강의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출제위원에게 EBS 반영 당부
교육인적자원부와 평가원은 공교육 정상화라는 취지에 맞춰 EBS 교재 중 교과서의 기본적인 내용을 다룬 부분을 최대한 반영했으며, 이 같은 원칙은 실제 수능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EBS 수능강의와 본 시험의 연계는 학교수업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수능에는 기출문제를 내지 않았으나, 핵심영역의 주요 문제는 매년 나와야 하므로 이를 강의하자는 게 취지"라고 말했다.
정강정 평가원장 역시 "EBS 수능강의와 수능을 연계하는 것은 국가정책인 만큼 적극 반영할 생각"이라며 "다만 영역별 반영비율을 정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교육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출제위원장을 맡은 노명완 고려대 교수는 "출제위원들에게 EBS 교재를 나눠주고 연계출제를 요청했으며, 필요한 경우 강의내용이 실린 테이프도 제공했다"고 말했다.
EBS와 비슷한 문제 최고 90%
EBS는 모든 영역의 문제들이 수능강의에서 다룬 유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언어영역의 경우 교재에 나온 소재를 직접 다루거나 변형해 반영한 경우가 전체 60문항 중 52문항에 달했으며, 수리영역 '가'형과 '나'형도 30문항 중 각각 20문항, 22문항이 수능강의의 문제 유형과 비슷했다는 분석이다. 또 외국어(영어)는 총 50문항 가운데 문항유형 활용 26문항, 주제·소재 활용 2문항, 어휘·숙어 활용 3문항, 대화·담화·지문 활용 8문항 등 39문항이 교재와 유사했으며, 사회 및 과학탐구는 선택과목별로 55∼90%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학원가에서도 언어영역 지문(문학)의 경우 이현보의 '어부단가', 김영랑의 '독을 차고', 박목월의 '가정' 등 EBS 교재에서 80% 가량 출제됐으며, 수리 외국어 등도 EBS 교재와 유사한 문제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특히 수리영역의 기본개념을 묻는 문제는 상당수가 EBS 수능강의에서 출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시학원들은 "지문이 대부분 교과서에 수록돼 수험생에게 익숙한 데다 거의 모든 참고서에서 다뤄지는 내용이라 EBS에서만 문제가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 정강정 평가원장 문답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강정(사진) 원장은 2일 "교과서를 기본으로 하되, EBS 수능강의에서 취급된 내용 가운데 교과서의 핵심에 해당하는 부분을 출제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EBS 수능강의와 연계하라는 지침이 있었나.
"출제위원들에게 EBS 수능강의 교재를 나눠주고 면밀히 검토해줄 것을 당부했다. 요청을 해온 경우 강의내용 테이프도 제공했다. 지난해 수능시험 때의 28%보다 많은 고교 교사들이 출제위원에 포함됐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정이 충실히 반영된 EBS 강의내용이 변형 출제된 것으로 안다. 이번 출제방향은 큰 틀에서 본 시험에도 적용된다."
―강의를 시청하지 않고 교재만 봐도 되나.
"굳이 강의와 교재를 구분한다면 교재가 중심이며, 강의를 보지 않는 학생이 불이익을 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교재는 압축적인 만큼 강의를 함께 들으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BS 수능강의가 이번 모의평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나.
"해석의 여지가 많아 정확한 반영비율은 아무도 모른다. 출제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반영하자는 지침도 없었다. 그러나 수능강의를 본 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약속은 이뤄졌다고 본다.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봤다면 상당히 기뻤을 것이고 수능강의를 본 학생들은 그것을 체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출문제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출제했나.
"고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기본정신에서 기출문제를 피하지 않고 적극 활용했다. 이미 10차례나 수능시험을 치른 상황에서 기출문제를 배제한다면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사항을 뽑아내기가 무척 힘들다. 물론 수능교재든 기출문제든 그대로 내지는 않고 수능의 본질에 맞도록 수정·보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교육부는 EBS 수능강의의 영역별 반영방식 공개를 검토 중인데.
"고민은 많이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부가 심도 있는 검토 후 방침을 정하면 따르겠지만 전문가 의견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 영역별 출제경향
수능 모의평가를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단순 암기형 문제를 배제하고 사고력 중심의 평가를 지향하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제7차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춘다는 출제원칙을 제시했다. 따라서 올해 수능시험은 과거와는 달리 교과서 밖의 지문이나 편중되고 지엽적인 문제, 함정식 문제 등이 출제되지 않아 다소 쉬워질 것이라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다음은 평가원측이 밝힌 이번 모의평가의 영역별 출제경향.
언어영역
말하기와 듣기, 읽기와 쓰기 등의 통합형 문항, 만화 영화 광고 인터넷 등의 매체와 학생들의 언어 환경을 적극 활용하는 문항을 많이 출제했다. 듣기에서는 일상의 대화, 수업 및 강의, 구술·심층면접 등의 담화 유형을 제시했다. 읽기(비문학) 분야는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몸'에 대한 성찰을 다룬 사회 지문, 생물 다양성과 환경 문제를 결부한 과학 지문, 청소년의 노래방 문화를 다룬 생활지문 등을 제시했다.
수리영역
교과서에 수록된 기본적인 계산능력이나 수학적 개념·원리·법칙의 이해를 확인하는 문제를 다수 포함한 반면, 지나치게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는 문제는 가급적 제외했다. 수학의 유용성을 강조하기 위해 실생활이나 타 교과 소재와 관련된 문제해결 능력을 묻는 문항도 출제했다. 중·하위권 수험생들의 기본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한 수준의 문제를 주축으로 하되, 상위권 수험생을 변별하기 위해 고차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항도 일부 출제했다. 수리 '가' 형은 수학? 12문항, 수학? 13문항, 선택과목(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중 택1) 5문항 등으로 구성했다.
외국어(영어)영역
원활한 의사소통 및 언어사용능력을 중시하되, 출제범위가 공통영어에서 심화선택과목 수준으로 확대된 데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빈도 수가 높은 어휘를 중심으로 출제했다. 문법과 어휘 분야를 좀 더 강화했으며 듣기·말하기는 대화나 담화를 60∼120단어로 구성하고, 대화의 말하기 횟수를 8∼12회로 제한했다. 단일 문단은 80∼120단어, 복합 문단 160∼240단어로 구성했고, 1개 지문으로 여러 문항을 푸는 비교적 긴 지문의 경우 300단어까지 어휘 수를 확대했다.
사회탐구영역
교과서 중심으로 출제하되, 교과서 밖의 소재나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 시사적인 내용 등도 일부 반영했다. 검인정 교과서는 공통적으로 다루는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했다. 학문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거나 사회적 이슈가 되는 내용도 적극 반영했다.
과학탐구영역
일반인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컴퓨터 키보드, 플라스틱 재활용, 복제실험, 화성 생명체 탐사 등의 소재를 활용해 과학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 했다. 과학실험의 중요성을 감안, 실제 실험을 해본 수험생이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항도 출제했다.
직업탐구영역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실제 상황에 응용할 수 있는 문항이 많이 나왔다. 컴퓨터 과목은 교과서에 제시된 동일 버전에 한정해 출제했고, 최근의 표 그래프 그림 삽화 등을 많이 활용했다.
제2외국어/한문영역
한문은 실용 한자의 이해와 활용능력을, 제2외국어는 실생활에서의 의사소통능력과 사고력을 집중 평가했다. 특히 제2외국어는 단순 암기형이나 문법 문제를 지양하고 서술문과 대화문 등을 활용한 문제를 많이 냈다. 신분증 안내문 광고 시간표 시계 등 사실적인 자료와 약도 삽화 사진 등 시각적 효과를 활용한 문제도 많았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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