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유가가 소폭 내림세를 보이면서 국내외 증시가 안정감을 찾아가는 듯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테러로 유가가 다시 폭등세로 돌아서자 2일 아시아 증시가 다시 한번 주저앉았다. 국내 증시도 오전 한때 800선이 무너지는 등 불안정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 5월 초부터 부각된 고유가 이슈는 1개월 내내 국내 증시를 좌우했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투자증권 박해순 증시분석팀장은 "미 금리인상, 중국 긴축, 고유가 등 3대 악재 중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했다. 석유가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대부분 고유가에 악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석유화학 울고, 정유주 웃고
고유가 이슈가 부각된 5월 초, 석유화학과 정유주는 둘 다 유가가 오르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 분석됐다. 그러나 5월 중순 이후 정유주는 빠르게 주가를 회복한 데 비해 유화주는 아직도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정유주가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시킬 수 있는 데 반해 유화주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 현대증권 오성진 투자전략팀장은 "정유주는 선물 가격에 원유를 사 와서 오른 가격에 휘발유를 팔기 때문에 오히려 정제 마진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수요도 줄지 않고 있어 SK보다 내수 비중이 적은 S-Oil이 더 큰 수혜를 봤다.
항공·해운주 고유가에 허우적
항공·해운주는 고유가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업종이다. 항공업은 원가 중 유가 비중이 22%, 해운업은 12%에 이르기 때문이다. 항공유가 1달러 오를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대략 2,500만달러, 1,000만달러의 추가 부담을 안게 된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의 경우 사스 타격을 받았던 지난해에 비해 업황이 크게 개선돼 높은 실적이 예상되는데도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M&A) 이슈로 강세를 보이는 대한해운을 제외하면 해운업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두 업종 모두 앞으로 운임 인상이 이루어지면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대체에너지 테마만 쨍쨍
유가 상승은 가뜩이나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내수 분야를 더욱 위축시킨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이다. 실제로 5월 내내 고유가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기름 먹는' 자동차 내수 판매가 극히 부진했다.
그러나 대체에너지 관련 업체들은 최근 고유가의 수혜를 입고 있다. 대부분 코스닥 등록 종목으로 이름조차 생소한 이들 종목들은 올해 초 조류독감과 광우병 파동에 따른 수산주 랠리를 연상시키며 고유가 뉴스가 나올 때마다 급등하고 있다.
'펀더멘털'이 지배하지 않는 현 장세에서 당분간 이러한 테마 위주의 투자 패턴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너무 상승한 만큼 '꼭대기'에서 사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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