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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우영감' 김성환 화백 '판자촌 시대'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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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우영감' 김성환 화백 '판자촌 시대'展

입력
2004.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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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과거를 너무 쉽게 잊고 살죠. 기록도 제대로 남아있지 않고. 찢어지게 가난했던 우리의 어려웠던 시절이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까워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고바우 영감'의 시사만화가 김성환(73·사진) 화백이 잊혀져 가는 1950, 60년대 우리네 모습을 되살렸다.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갤러리에서 열리는 김 화백의 10회 개인전 '판자촌 시대'는 1·4 후퇴 피난민 행렬부터 복개공사 전의 청계천 모습까지, 지금은 오간 데 없지만 불과 반세기 전에는 분명히 존재했던 우리의 과거를 오일파스텔화 36점으로 세밀하게 재현해 보여준다.

한국전쟁 당시 종군화가로 목격한 전장, 피란지 대구 동촌시장과 전후 서울의 청계천, 동대문 판자촌 등을 그린 작품들은 김 화백이 1950년부터 모아온 사진과 종이에 그린 연필 스케치, 영화포스터 등을 토대로 했다. 김 화백은 5년 전부터 이들 자료에 자신의 존재감을 실어 과거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다.

기관차 지붕에 간신히 매달려서 혹은 소달구지에 몸을 싣고 길을 떠나는 피란민 행렬을 복원한 그림 '1·4 후퇴'. "한명이라도 더 실어날라야 하는 판에 '태극기 휘날리며'같은 최근 전쟁 영화에서처럼 기관차에 짐을 싣는 여유는 당시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김 화백은 말했다.

피란민을 실어나른 증기열차 '미카'는 교통박물관을 며칠씩 드나들며 스케치해 그대로 그림으로 옮겼다. 51년 대구에서 그가 하숙했던 동촌시장 판자촌 풍경을 통해 피란지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복개공사 전 판잣집이 즐비한 청계천, 동대문 인근 사창가 호객 행위 등의 묘사는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그의 만화처럼 해학이 넘친다. 개천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 창문으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술집에서 대낮부터 춤을 추는 남녀, 늦은 밤 카드패를 돌리거나 백열등 아래 바느질하는 어머니의 모습 등 청계천 판자촌을 생활터전으로 삼은 민중들의 일상이 눈에 잡힐 듯 생생하다.

"당시 문인 화가 등 예술인들이 모여들던 명동의 다방 '모나리자'에서 청량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매일같이 청계천과 동대문을 지나다닐 수 밖에 없었다"는 김 화백은 "석양에 비친 판잣집은 때때로 금빛으로 빛나고 아름답기조차 했으며 꿈틀거리는 인간 군상의 의지와 희망에 부풀은 표정 또한 아름다웠다"고 회상했다. (02)2000―9736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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