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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 선정 정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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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 선정 정현展

입력
2004.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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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와 내가 통할 때 비로소 작업이 됩니다. 나무와 돌, 쇠나 아스팔트를 몇 년씩 바라보면서도 다뤄볼 엄두를 못내다가, 어느 순간 말을 걸어 통한다는 느낌이 들 때 그것들은 그제야 내 조각의 소재가 되지요."김종영미술관이 젊고 유능한 예술가를 발굴, 격려하기 위해 제정한 '오늘의 작가' 첫 작가로 선정된 조각가 정현(48)씨의 작품전이 4일부터 7월 2일까지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린다.

철로에 쓰이는 침목(枕木)을 재료로 인체의 형상을 만들어 주목받았던 정씨는 '조각의 긍정'이라 이름붙인 이번 작품전에서는 아스팔트 콘크리트(아스콘)를 소재로 한 작품들(사진)을 선보인다.

도로 보수 등으로 파헤쳐진 아스콘이 그와 통한 새로운 재료다. 침목은 이제 구하기도 힘든 재료가 됐지만, 멀쩡한 도로를 파뒤집고 묻었다 또다시 파내는 공사가 허구헌날 벌어지고 있는 서울에서 아스콘은 그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무진장한 재료인 셈이다.

정씨는 아스콘을 그라인더 등으로 자르거나 절개하는 방법으로 인체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인체라지만 구체적 형상보다는 대체적 윤곽이 전부인 최소한의 인체다.

못쓰게 버려진 아스콘으로 빚은 사람의 형상으로 그가 드러내려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시대를 어렵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실존적 조건인 듯하다. 육중한 기차의 하중과 세월이 비바람에 찌들은 침목으로 했던 인체 작업이 인간의 인고를 보여주려 했다면, 아스콘 인체는 한 꺼풀 벗겨낸 인간의 날것으로의 모습이다. 재료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한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은 조각 작업 자체에 대한 작가의 어떤 열정, 에너지다.

평론가 김원방씨는 이렇게 재료의 형태를 그대로 살리면서 인간 형체를 드러내는 정씨의 작품을 '고스란한 조각'이라 이름붙이기도 했다. 정씨는 홍익대 미대·대학원과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이번이 여섯번째 개인전. 전시에는 아스콘 인체 조각 15점 외에, 콜타르와 콘테로 작업한 힘있는 드로잉 60여 점도 함께 나온다. (02)3217―6484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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