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선진 7개국과 러시아(G8) 정상 회의가 7∼10일 미국 조지아주 시아일랜드에서 개최된다. 이번 회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대 이라크·중동 정책의 중대한 기로가 될 전망이다.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1일 "정상 회의의 대다수 현안이 G8이 아닌 중동의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중동에 이식하겠다는 '대 중동 구상'의 내용을 이번 회의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 이를 논의할 정상회담 자리도 별도로 마련했다. 큰 무대에서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일본의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대 중동 구상'은 사회 개혁, 민주주의 정착, 지식 사회 건설, 경제 발전 가속화 등 4대 목표와 기업인 26만명 양성, 인터넷 사용 촉진, 시민의 정치 참여와 법치 강화 등 실천 방안으로 이뤄졌다. G8과 중동국가의 상설 협의체도 구성한다. 부시 대통령은 1일 "서구의 가치를 강요하려는 게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중동권의 반응은 썰렁하다.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많은 아랍 국가들이 외부에서 개혁을 강요하면서도 아랍-이스라엘 갈등과 같은 핵심 현안은 외면한 미국의 '대 중동 구상'을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와 사우디 아라비아는 아예 미국의 초청을 거절했다. 초청에 응한 요르단 바레인 등 아랍 국가들 역시 "아랍과 중동은 다르다"며 미국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고 있음을 비난하고 있다.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은 부시 대통령에게 "아랍국가를 전통과 문화, 가치가 서로 다른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터키 등과 한 묶음으로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프랑스 등 일부 G8국가들도 영 탐탁치 않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감한 부시 대통령의 인기도 '대 중동 구상'의 추진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각국 정상 입장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는 게 국내 정치적으로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일본 언론들은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과의 거리가 가까운 정도에 따라 회담 성공 여부를 따졌지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도 이번엔 부시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이번 회의에서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아프리카 개발, 대 테러 관련 여행자 정보 투명화, 지속적 경제 발전 등도 논의된다. 국제 유가에 대한 논의는 3일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의의 결과에 따라 중요성이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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