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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혁의 수능보감]공부의 시작과 끝 '언어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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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혁의 수능보감]공부의 시작과 끝 '언어영역'

입력
200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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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대 법대를 지망하는 재수생 L군은 요즘 공부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언어에 투자한다. "영어 수학은 일정한 점수를 유지하지만 언어는 들쭉날쭉해 불안해요. 지난해 수능시험에서도 언어 때문에 실패해 요즘 언어에 전력투구 하고 있습니다"라는 설명이다.그는 웬만해선 들어가기 힘들다는 강남의 D학원에서 언어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학원 친구들도 영어 수학보다는 언어에 목을 매고 있어 자기가 특별한 경우는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해 상위 0.1%의 최상위권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취약과목으로 언어를 지목한 학생이 45%에 달했다. 영어 수학은 최상위권을 유지해도 언어는 언제나 만만치 않고, 대입의 관건이 다름아닌 언어라는 얘기다. 언어의 중요성은 재수생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고3도 마찬가지다. 상담을 하다 보면 언어 대목에서 한숨을 내쉬는 고교생들이 많다.

부모 세대와 비교하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한 느낌이다. 본고사나 학력고사를 보면서 영어 수학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부모들이 이 과목들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언어나 기타 과목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느낌이다. 초등학교부터 학원에서 영어 수학을 배우고 부모들도 영·수만 잘하면 대학 진학에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고교생은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했다. 영어단어를 외우는 시간은 많았어도 국어사전을 들춘 기억은 없게 마련이다. 언어능력에 구멍이 뚫린 채 키워진 것이다. 책을 많이 읽지 않고 언어 공부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문제는 언어 한 과목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념과 어휘에 약하면 전반적인 사고체계나 이해력에도 문제가 생겨 사회나 과학도 어렵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영어 수학은 잘하는데 사회 과학 등에서 점수를 다 까먹는, 부모세대에서는 볼 수 없던 기현상이 도처에서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수생 K양은 이 같은 현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 캐나다에서 3년간 살다 귀국한 후 전체 과목이 모두 흔들렸다. 우리말 어휘가 부족한 데다 문장을 이해하는 속도도 다른 학생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사회 과학 등도 책을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 힘들다고 호소한다. "영어는 만점이겠네"라는 질문에 "주제를 찾는 문제에서 한 개 정도씩 틀린다"고 멋쩍어 한다. 조기영어교육으로 사고체계가 뒤흔들리고 공부의 베이스가 무너진 경우다.

그렇다면 국어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수능의 언어영역은 문학 비문학의 지식보다는 글감을 장악하는 언어능력에 무게를 둔다. 언어능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우선 좋은 지문을 여러 번 반복해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좋다. 문장을 장악하는 힘을 키우고 글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려면 단기적으로 소리 내어 읽는 방식이 유효하다.

단락의 소주제를 뽑아보고 소주제들을 통해 글의 전체구조와 주제를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는 훈련을 통해 필자가 어떤 방식으로 주제를 풀어나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한자 실력이 떨어지는 탓에 개념어들에 약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어휘 수를 늘리기 위해 국어사전을 끼고 사는 버릇을 들여야 하고 우리말 단어장도 만들어야 한다.

고교 1, 2학년이라면 국어사전을 찾는 버릇을 들이고, 구조가 탄탄한 글감(사설 칼럼), 호흡이 긴 글감 (장편소설)을 자주 읽어 보는게 좋다. 유의할 점은 여러 권을 읽으려 욕심내기 보다는 한 권이라도 확실하게 읽으라는 얘기다. 읽은 다음 줄거리와 구조, 저자의 의도, 내가 마음에 드는 부분 등을 정리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의 사고와 인식체계는 모국어의 언어체계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초등학생 부모에겐 유치원부터 조기영어 광풍에 휩쓸리기 보다 체계적인 국어공부가 우선임을 강조하고 싶다.

황치혁/황& 리 한의원장 겸 수험생 컨설턴트 hwangnl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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