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서울대 폐지론으로 시끄러운데 학교는 대책이 뭐냐." "서울대 죽이기를 그냥 보고 있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맞서자."서울대가 요즘 서울대 폐지론 때문에 무척 격앙돼있다. 교수들은 학교의 무대책을 질타하고 총동창회는 회보를 통해 서울대 구성원의 항전을 독려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지난달 정운찬 총장은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이후 이 당의 공약인 서울대 폐지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자 "서울대를 없애면 이 나라는 망한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서울대 폐지론은 잦아들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의 대학개혁 움직임과 맞물려 계속 세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교수와 총동창회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서울대가 마침내 공식적으로 반응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단대별로 교수와 외부인사 등 3∼5명씩을 추천 받아 서울대 폐지론 반박논리를 개발하고 있다"며 "동문을 활용한 반대여론 형성 등 구체적인 전략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서울대의 이런 반응은 '서울대 폐지론은 마녀사냥'이라는 인식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서울대 폐지론이 왜 나왔는가를 고민하는 목소리는 전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를 없애자는 무리한 주장을 하기에 이른 것은 바로 서울대의 독식체제 때문이다. 좋은 학생은 다 뽑아가고, 사회에서도 괜찮은 자리는 싹쓸이하는 구조가 못마땅한 것이다.
서울대 구성원들이 누차 강조하듯 서울대는 국가 경쟁력의 최후 보루이다. 그런 서울대가 학벌주의와 공교육 붕괴의 주범으로 전락해서는 곤란하다. 뼈를 깎는 자성과 구조조정으로 세계 어느 대학과 견줘도 경쟁력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폐지론에 대응하는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이 아닌가 한다.
/황재락 사회1부 기자 find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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