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망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잔 소주라도 마시지 않고선 잠을 못 잘 지경입니다." 1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한평 중고차 매매시장. 자동차를 몰고 입구에 들어서자 중고차 매매상 10여명이 몰려왔다.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만 나타나면 경쟁이 치열해진다.이곳에서 14년째 중고차를 매매하고 있는 한빛자동차 이기룡 사장은 "한 달에 120대까지 팔던 차를 지금은 하루에 한 대도 팔지 못할 때도 있다"며 "최근 직원을 한 명 더 줄였다"고 말했다.
극심한 내수 침체에 신차 뿐 아니라 중고차 시장도 거래가 급감, 문을 닫는 중고차 매매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1일 중고차 매매상사들의 단체인 서울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1∼5월 폐업 신청 건수가 18건에 달했다. 반년도 안 돼 지난해 총 폐업 건수 12건을 훌쩍 넘겼다. 폐업 신청을 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휴업인 업체들도 30여 곳에 달한다. 가장 큰 중고차 사업장으로 꼽혀온 '자마이카'는 아예 매장 일부를 자동차 학원에 임대했다. 양대 오프라인 대형 중고차 사업장으로 꼽혀온 '오토큐브'도 3월 서울 강북과 일산,분당, 부산, 청주 등 각 지역 매장을 폐쇄, 사실상 문을 닫았다.
조합에 따르면 5월 서울지역 중고차 거래대수는 5,930대. 3월 7,619대에서 4월 5,708대로 25.1%나 하락한 뒤 사실상 답보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비수기인 1월의 6,523대보다도 적다. 조합 관계자는 "통상 여름휴가 전까지는 매매 건수가 늘어났지만 올해는 성수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며 "신차 업계의 대대적인 할인 판매에다 중고차를 주로 구입하는 20∼30대가 신용불량자 증가와 청년실업으로 구입능력을 상실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가격도 크게 싸졌다. 기아 옵티마 2.0 LS 2003년식이 1,050만원으로 지난달보다 100만원이 떨어졌고, SM3 SE 1.5 2003년식과 GM 대우 매그너스 L6 클래식 2.0 DOHC 2003년식이 각각 50만원씩 하락한 750만원과 9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고차 뿐 아니라 완성차 업계도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르노삼성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에 따르면 5월 자동차 판매는 내수 9만1,235대, 수출 27만5,110대 등 총 36만6,345대 판매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2% 증가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수출만 43.7% 증가했을 뿐 내수는 오히려 22.9%나 급감했다. 1∼5월 누계 판매대수에서도 내수는 44만9,997대에 불과, 지난해에 비해 27.8%나 뒷걸음질쳤다.
특히 르노삼성차는 5월 내수 판매가 5,773대에 그쳐 지난해 5월에 비해 38.9%나 감소했고 4월 판매량과 비교할 때에도 15.9%나 줄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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