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를 제물로 재도약한다.'박성화 감독 대행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2일 오후 7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터키와 2002 한·일 월드컵 2주년 기념 친선경기를 갖는다. 2년 전 월드컵 3·4위전에서 뜨거운 형제애를 과시했던 양국의 이번 대결은 우리에게는 단순한 리턴매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월드컵 4강신화 이후 침체에 빠진 한국축구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동시에 9일 베트남과의 2006년 독일월드컵 지역 예선전을 앞둔 전초전 성격을 띄고 있어 반드시 승전고를 울려야 한다.
한국의 재기냐, 터키의 연승행진이냐
터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로 한국(19위)보다 12계단이 높은 강호. 역대 상대전적도 터키가 3승1무로 우위에 있다. 특히 4월 예르순 야날 감독(41)이 지휘봉을 잡은 뒤 최근 벨기에, 호주와의 친선 경기에서 3연승을 달려온 만큼 여세를 몰아 한국전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터키는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활약중인 이천수의 팀 동료인 니하트 카베시, 월드컵 스타 하칸 쉬퀴르 등 정예 멤버들로 팀을 구성해 출격준비를 마쳤다.
반면 몰디브 쇼크 등으로 감독까지 경질된 한국은 이번 기회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2년 전 월드컵에서의 2―3 패배도 설욕해야 한다. 하지만 유상철 김태영 박지성 등 핵심 주전들이 결장하는 바람에 상황이 녹록치 않다. 박 대행은 조재진 최성국 조병국 등 올림픽 대표들을 대거 대표팀으로 기용, 정신력과 투지로 승리를 낚겠다고 벼르고 있다.
안정환―쉬퀴르의 리턴매치
월드컵 4강행을 이끌었던 안정환은 당시 터키와의 3·4위전에서 풀타임 출장했으나 패배를 맛봐야 했다. 반면 쉬퀴르는 경기시작 11초 만에 첫 골을 기록, 한국에 패배를 안겼다. 두 스트라이커의 대결 결과에 따라 이번에도 승패가 갈릴 수 밖에 없다.
안정환은 지난달 28일 귀국, 일찌감치 컨디션을 조절하며 터키 설욕전에 남다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전방을 맡게될 안정환은 A매치에서의 잇단 부진, 코엘류 감독 사퇴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한국축구를 살리겠다는 책임감도 갖고있다.
원톱으로 나서는 쉬퀴르는 "좋은 경기로 한국팬들과 다시 만나겠다"며 다시 한번 월드컵 때의 감격을 맛보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호주와의 친선 1차전에서 2골을 넣으며 3―1 완승을 이끌었던 그는 골감각이 절정에 올라 있다.
누가 골잔치의 주인공이 될까
터키와의 3·4위전 당시 0―1로 뒤져있던 전반 9분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던 이을용은 이번에도 다시 한번 골세리머니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당시 후반 인저리타임 때 위협적인 중거리 슛을 날렸던 송종국도 이번에는 한국축구의 진짜 매운맛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시 2골을 터트렸던 터키의 일한 만시즈는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양국은 5일 2002년 월드컵 3·4위전이 열렸던 대구월드컵 경기장에서 2차전을 갖는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 박성화 한국 감독대행/"올림픽대표 대거 중용"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해 베트남전을 대비한 체력 안배를 할 생각이었지만 박지성, 김태영, 유상철 등 주전들이 다쳐 올림픽대표들을 중용할 예정이다. 유럽파들은 오랜 휴식으로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고 국내 선수들은 K리그 경기로 체력이 고갈돼있어 팀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터키는 조직력이 좋은 팀이라 상대하기 벅차겠지만 한일월드컵에서 터키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만큼 악조건을 극복하고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
■ 야날 터키 감독/"400번째 A매치 축포"
1차전은 터키의 400번째 A매치라 많은 골을 넣고 싶다. 특히 한일월드컵 이후 2년 만에 형제의 나라인 한국과 다시 맞붙게 돼 의미가 크다. 귀네스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한지 두 달 밖에 안됐지만 모든 경기에서 승리했다.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솔직히 양팀 모두 한일월드컵 이후 실력이 약간씩 떨어진 데다 독일월드컵을 대비해 새로운 팀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번 친선경기가 서로 전력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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