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은 모든 근로자의 꿈이다. 적게 일하고 많은 임금을 받는다면 최상이지만 많이 일하고 고임금을 받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적게 일하고 적게 받는 것도 원하지 않지만, 많이 일하고 적게 받는 것은 경영주에 대한 분노를 일으킨다. 그래서 노조는 이런 근로자의 바람을 담아 높은 임금 인상을 위해 투쟁한다. 아무리 회사가 경영이 안돼도 임금이 삭감되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고도화하고 경제환경이 변하면서 고임금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괴롭히는 함정으로 변하고 있다.■ 모 기업의 경우 5년간 인건비가 48% 올랐는데 같은 기간 생산성 증가율은 20%미만이었다. 이 회사는 결국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규직사원을 9% 감축했다. 생산성 증가율이 임금상승률을 앞지를 땐 고용이 늘어나지만 반대로 임금상승률이 생산성증가율을 추월하면 무거워지는 임금부담을 덜기 위해 임금을 삭감하거나 고용을 줄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임금 삭감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 고용감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증가에 따른 임금격차는 심각한 사회갈등요인이 돼버렸다.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 고임금이라는 지적은 듣기에 거북하지만 사실이다.
■ 더욱 큰 문제는 생산성이 높아도 고용이 필요 없는 '고용 없는 성장'의 보편화추세다. 산업구조의 고도화로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사람이 없이도 생산성을 높이고 고도성장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선진국 모두가 겪는 공통현상이다. 작년 GDP(국내총생산)가 2.9% 성장했지만 고용은 오히려 3만명이 줄었다. 실질 GDP 10억원당 취업자수를 따지는 취업계수가 80년대 평균 93.3명에서 최근에는 45명으로 격감했다. 이 상황에서 고용이 늘려면 우리 경제가 8%이상의 성장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 주5일 근무제가 보편화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바로 또 다른 형태의 임금상승효과를 부른다.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생산성이 높아지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인건비 부담으로 남는다.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감원밖에 없다. 그래서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자는 일부의 주장은 기업들엔 설득력이 없다. 감축요인이 있는데 어떻게 늘릴 수 있는가. 노사가 고임금의 함정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다. 고임금을 즐길 것인가, 임금을 낮추어 수많은 실업자와 함께 근로의 보람을 나눌 것인가. 어려운 문제지만 지나칠 수 없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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