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여기에 우리 편이 있었더라면…." '철의 노동자' 단병호 의원의 눈물에 다른 의원이 연신 눈가를 닦았다. 31일 오전 국회 본청사 앞 중앙계단. 민주노동당 의원과 보좌관 등 50여명이 17대 국회 개원을 맞아 원내진출을 자축하는 자리였다.소감을 묻는 질문에 마이크가 이리 저리 돌았다. 의원들은 좀처럼 입을 떼려 하지 않았다. 결국 단 의원이 마이크를 가져갔다. 하지만 목이 메이는지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는 가까스로 "정리해고를 당해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수없이 많은 집회를 하면서 목소리를 냈지만 별 호응이 없었다"며 "그 때 노동자를 대변하는 의원이 한두 명만 있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뼈에 사무쳤었다"고 말한 뒤 예전 생각이 나는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단 의원은 이어 "이제 10명의 의원이 배출됐다. 노동자에게 희망을 주는 의원이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한 뒤 끝내 눈물을 흘렸다.
곁에서 얘기를 듣던 권영길 대표는 안경을 벗어든 채 눈가를 훔쳤다. 사회를 보던 김종철 대변인도 목이 메이는 듯 울먹였다. "거대한 소수정당으로서 역사상 그 어떤 정당과 의원도 하지 못한 한국사회의 대개혁을 일궈내는 대장정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내던지겠다"는 출정사로 한껏 고조됐던 분위기는 일순 숙연해졌다.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은 심상정 의원은 "예전에 밖에서 집회를 하면서 국회에 들어오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언제나 쫓겨나곤 했다"면서 "단 의원이 그때가 생각났던 게 아니겠느냐"며 역시 눈가를 적셨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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