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승리하는 업체가 세계시장도 장악한다." 중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신자동차산업정책'을 추진, 한국 자동차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반면 일본은 고연비·친환경 자동차로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가속 페달을 밟고 있어 자칫 한국만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설 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자동차 산업은 그야말로 쾌속질주하고 있다. 2001년 239만대로 세계 8위였던 중국의 자동차 생산은 2002년에는 335만대로 우리나라, 스페인, 캐나다를 제치고 5위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444만대로 프랑스까지 추월, 세계 4위 자동차 대국으로 부상했다. 같은 기간 승용차 생산은 75만대에서 202만대로 연 평균 70% 안팎의 고성장세를 기록했다.
자동차 판매도 지난해 439만대에 달해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3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자동차 판매가 2010년에는 최고 1,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경제 발전 및 소득 증가에 따라 '마이카' 열풍이 불면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 디이기차, 상하이기차 등 중국의 자동차 업체는 폴크스바겐이나 GM 등과 합작, 이러한 과실을 따 먹으며 고속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 자동차 회사가 2곳 이상의 외국 자동차 회사와 합작토록 함으로써 기술 이전에서 외국 업체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또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 외국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는 것도 방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나아가 자국 자동차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다우존스는 최근 "중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및 연구개발(R& D) 등을 촉진하고 해외 업체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자동차 산업에 대한 최종 법안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R& D 및 엔진 공장(중형차) 의무화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경영과 고연비·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이미 일본 업체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1997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내 놓은 도요타는 최근 뉴 프리우스를 선보이며 연비를 리터당 35㎞까지 끌어올린 상태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가 2012년 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일본 업체들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이외에 도요타가 포드를 제치고 세계 2위의 자동차 업체에 오르고 혼다와 닛산이 해외에서 매출액의 70% 이상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경영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와의 격차를 점점 더 벌리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해외 선진업체들과 손을 잡은 중국 자동차 업체가 당분간 내수에 주력하겠지만 본격적인 수출에 나설 2010년 이후에는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자동차 산업이 우리를 따라오기 전에 일본 업체들의 품질 및 브랜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양대 김진국 교수는 "중국 사업 추진시 기술유출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러나 중국과 경쟁하기 보다는 중국 고속성장의 수혜를 어떻게 극대화할지를 고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日 친환경차량 기술 크게 앞서 혼다, 2년전 연료전지車 개발
"이게 정말 전기로 달리는 자동차입니까?"
4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200㎞ 동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도치기현의 혼다기술연구소 주행연습장에서 FCX(사진)라는 소형차를 타본 시승자들은 두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말로만 듣던 전기 자동차를 직접 본데 대한 놀라움에 일반 가솔린 차량과의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경이로움이 겹친 것이다.
실제 시승해본 FCX는 시속 60㎞의 속도에서도 자연스럽게 달렸고, 소음은 가솔린 차보다 오히려 적었다. 미래형 자동차는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주자는 역시 일본 업체들이었다.
환경친화 차량의 궁극적인 형태는 연료전지 차량이다. 연료전지 차량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 메탄올 등을 연료로 사용해 공해물질 배출을 최소화한 무공해 차량을 말한다. 수소를 연료로 하는 FCX는 그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FCX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자동차를 움직이는 동력인 전기를 만들어내며 물 이외에는 아무런 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 혼다는 이미 2002년 이 연료전지 차량을 개발, 같은 해 12월 일본과 미국 정부 관용 차량으로 공식 납품했다. 지난해에는 영하 20도의 혹한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혼다 FC 스택'을 개발해 연료전지 차량의 상용화 가능성을 더욱 높인 상태다. 혼다는 현재 미국의 한 벤처기업과 함께 가정에서 수소를 생성해 온수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연료전지 차량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카는 도요타를 필두로 이미 양산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 2개의 동력원으로 구동되는 하이브리드카는 주행상황에 따라 엔진과 배터리식 전동모터로 함께 움직인다. 도요타는 미국내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을 지난해 3만9,000대에서 2005년까지 연간 3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혼다도 5년내에 하이브리드 SUV차량을 선보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도치기=박진석기자jseok@hk.co.kr
■기아차 합작 "첸리마" 中서 베스트셀링카로
기아자동차가 중국 옌청에서 둥펑위에다와 합작·생산하고 있는 첸리마(千里馬·사진)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차 부문 베스트셀링카로 부상했다.
기아차에 따르면 첸리마는 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2월 자동차 판매에서 중국 소형차(1,300∼1,600㏄) 부문 1위에 오른 이후 판매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첸리마는 중국에서 팔리는 80여종 승용차 전체 모델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10위안에 들고 있다. 실제로 1∼3월 판매량은 모두 1만8,711대를 기록, 2002년 출시 직후 한분기 동안의 2,848대보다 6배 이상 늘어났다.
첸리마는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베이징청년보가 뽑은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로 꼽혔다. 같은 해 7월엔 중국자동차 50년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50대 제품에도 선정됐다.
첸리마가 베스트셀링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현지화와 품질경영의 결과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첸리마는 액센트와 베르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기아차는 하지만 기온차가 극심하고 비포장 도로가 많은 중국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 400개 이상의 부품을 새로 만드는 등 사실상 중국 시장을 겨냥한 차로 개발했다. 또 질이 낮은 연료를 사용해도 엔진 출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엔진을 특별 제작했다.
정달옥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는 손수 망치를 들고 다니면서 불량품이 발견되면 망치로 때려 부수는 등 품질관리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불량품은 공장안에도, 공장밖에도 존재해선 안된다'는 것이 정 총경리의 신조. 이러한 품질 우선주의 덕에 첸리마는 경쟁차에 비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차종으로 부상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생활수준 향상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카니발'을 새로 내놓아 첸리마에 이어 '제2의 신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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