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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국민연금 논쟁 재연/정부 개정안 쟁점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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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국민연금 논쟁 재연/정부 개정안 쟁점 뭔가

입력
200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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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어머니 나이가 올해 55세인데 2년 전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유족연금을 타고 계십니다. 얼마 전 어머님이 개인사업자가 되셨는데 공단에서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연락이 왔죠. 60세까지 보험료를 다 내고 나면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유족연금과 어머니 노령연금,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 한답니다. 지금 생돈을 내고 60세가 되면 포기하라니 말이 됩니까."(이진우씨)

#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언제 잘릴 지 모르는데 현행 제도는 자기가 불입한 원금도 일시불로 못받게 해놓았어요. 당장 먹고 살 돈이 없으면 원금이라도 줘야 생계가 유지될 것 아닙니까. 퇴직 후 1년도 버티기 힘든 데 노후보장이 무슨 소용이 있어요."(석영홍씨)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 달 17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제출할 계획이다. 이를 앞두고 벌써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을 비판하는 문건이 확산되는 등 논란이 불붙고 있다. 현재 논란의 내용은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이 동시에 발생했을 때 한쪽을 포기하도록 한 병급 조정 문제 등 지엽적인 문제들이지만,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저부담 고급여'체계 조정 등 더욱 본질적인 쟁점으로 확산될 것이 뻔하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해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의 반대로 심의가 보류된 법안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데다 법 개정에 반대해온 민주노총을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입으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급여와 부담의 적정수준

가장 큰 쟁점은 현행 '저부담 고급여'체계를 조정하는 문제이다. 정부안은 노후 연금액의 비율(소득대체율)을 생애 평균 소득의 60%에서 55%(2005∼2007년) 50%(2008년 이후)로 단계적으로 줄이고, 월 소득의 9%인 보험료는 2010년부터 5년마다 1.38% 포인트씩 인상해 2030년에 15.9%까지 올리는 것이다. '적게 내고 많이 타는' 지금의 제도를 그대로 둘 경우 기금이 2047년에 고갈되므로 타는 금액은 줄이고 보험료는 올려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자는 취지다.

이는 지난 해 노동·사회단체들이 반대한 법안 그대로다. 민주노총의 경우 현재 받는 연금이 '고급여'가 아니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60%의 연금급여율은 최장 가입기간인 40년을 다 채웠을 경우이며, 현재 연금 가입기간은 21.7년, 실제 연금 급여율은 30%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월평균 136만원 소득자의 경우 연금액이 40만원 정도라는 것이다.

1998년 법 개정 당시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70%에서 55%로 인하하려 했으나 가입자의 반발로 국회에서 60%로 조정된 전례가 있다. 이번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정부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기초연금제 도입여부

지난 해 한나라당이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해 내놓았던 기초연금제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에게 일률적으로 기초생계비를 지급하자는 것이 그 내용이다. 예를 들면 현재 저소득계층 노인에게 월 3만∼5만원씩 지급되는 경로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30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재원조달의 어려움, 국민연금체계와의 부조화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으나 한나라당 등이 다시 이를 들고 나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가입자의 평균소득의 일정비율(소득대체율)을 적정급여수준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 최저생활수준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도입 주장의 이유다.

노령연금과 유족연금 중 선택

현재 맞벌이 부부가 각각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을 경우 60세 이전에 한쪽 배우자가 사망하면 자신의 연금과 배우자의 연금 중 하나만 받아야 한다. 연금 급여가 두 가지 이상 발생할 경우 금액이 많은 연금만 받도록 하는 '병급 조정'규정에 따른 것이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국민연금의 비밀'에서 거론된 이슈이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유족연금 지급 정지 기준을 월 소득 42만원 이하에서 106만원 이하로 대폭 올릴 방침이다. 이 경우 소득기준에 걸려 유족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6,400명의 40% 정도인 2,500명은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15∼16년간 연금을 받게 되면 자기가 낸 보험료의 최소 2배는 받게 돼 있으므로 유족연금 등을 못 받더라도 결코 손해라고 할 수 없다는 게 보건복지부나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설명이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있고, 노인들의 경제활동은 정부도 권장하고 있는 터라 이들에 대한 연금지급 제한을 둘러싼 논란이 앞으로도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장기 체납자 압류

국민연금은 가입이 의무화돼 있어 기간으로는 6개월 이상, 금액으로는 30만원 이상 체납할 경우 강제징수토록 하고 있다. 4월 현재 지역가입자 992만명의 1.8%인 18만3,000명이 자동차 등에 대한 압류 등 체납처분을 받았다. 공단은 "보험료를 체납하면 차압하기 때문에 세금과 같다"는 비판과 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해 강제징수 기준을 1년, 150만원으로 완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체납 처분을 하지 않을 경우 연금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단측의 설명이나 당장 생계가 곤란한 이들의 불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센터 부연구위원 김성숙 박사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논란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저축으로 생각해 자기가 낸 돈에 이자를 붙여 받아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국민연금은 내가 조금 덜 받고 남이 조금 더 받을 수도 있는 사회보험이라는 점을 살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에는 이밖에도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파악, 납부 예외자 처리 문제 등 큰 쟁점들이 있는데다 법 개정을 앞두고 일부 단체들이 촛불시위 등을 계획하고 있어 갈등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 국민연금 임시직 상담원의 고백

지난 5일 'mariavet2000'이라는 네티즌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국민연금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안티 국민연금 운동'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민연금 상담요원의 양심고백'이라는 글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자신을 국민연금관리공단 5년차 임시직(비정규직) 상담요원이라고 밝힌 이 글의 작성자는 "월 60만원의 임금에 눈이 멀어 영세사업자와 지역가입자에게 사기를 쳤다"고 반성하며 국민연금의 부당성을 거듭 지적하고 있다.

이 글의 작성자는 자신을 "일반 직원에 비해 영어·상식 실력이 부족해 비정규직 상담직원이 됐지만 5년 동안 연금공단에 근무했기 때문에 정직원보다 더 많은 연금상식을 갖고 있다"고 소개한 뒤 연금공단 안에서 본 불합리성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작성자는 "상대적으로 불만이 적은 사업자 가입자에 대해서는 정직원이 상담을 맡고 있으며 나 같은 임시직 상담원은 국민연금에 적대적인 지역가입자의 상담을 하고 있다. 연금공단은 비정규직 사원의 급여를 60만원으로 묶어 두다가 7월부터 지역가입자들의 가입률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며 수월한 업무를 하면서도 대우는 더 잘 받는 정규직 직원을 '철밥통'에 빗댔다.

이 글은 "국민연금이 2047년 고갈위기에 처했다는 외부의 지적에 대해 내부 직원들은 나라가 해결해 주리라는 안이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향후 5년마다 실시될 연금 수령액 조정에 대해서는 "갈수록 받는 금액이 줄어드는 것은 결국 국민을 상대로 한 금융사기"라고 꼬집었다. 지역가입자들에 대한 등급 조정 과정에 대해서는 "가입자의 월소득에 기초해 등급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소유 재산이나 평균소득에 의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나도 하루에 수십명씩 영세사업자들을 울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입자들의 개인정보가 보안의식도 없고 교육도 부족한 일용직·계약직 등 직원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연금공단 관계자는 "전국 81개 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2,400여명의 임시직 상담요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단계의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며 "납부예외자를 낮추고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과세자료를 활용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노출 등의 부작용은 없다"고 해명했다.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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