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CD를 사고 팔 필요가 없다."국내에서 인터넷 음악의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 (주)벅스(www.bugs.co.kr)의 박성훈 사장은 "음악 산업은 지금 진화의 과정에 있다"고 단언한다. 진화의 초점은 음악을 나누고 즐기는 방식이다. 레코드판과 카세트테이프가 CD에 밀려 사라지듯, 정보기술(IT)의 발달은 CD를 '인터넷 접속'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할 것이다.
음반 없는 음악 산업
이는 박 사장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소유의 시대가 가고, 접속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한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 교수(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에 따르면 앞으로 음반의 생산과 판매는 점점 줄어들고, 인터넷이 음악 배포의 주요 경로로 자리잡게 된다. 음반을 만들지 않음으로써 유통에 드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공급자(창작자)와 소비자(대중) 모두가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장당 1만원짜리 음반(CD기준) 가격에서 음반 생산 및 유통에 드는 비용은 3,000원 내외다. MP3 파일로 만들어 8,000원에 판매한다면 소비자는 2,000원 싸게 사고, 공급자는 1,000원을 더 벌게 되는 이득이 있다. 음반 생산 과정이 생략됨으로써 배포 과정이 단순하고 빨라지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자의 실제 이익은 더 많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는 음반사가 인터넷 서버에 고음질의 음악 파일을 저장해 놓고, 소비자가 요금을 내고 접속하는 방식이 보편화된다"는 것이 리프킨 교수의 생각이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이득
인터넷 음악이 갖는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저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아톰'(원자)의 시대는 끝났으며, '비트'(데이터)의 시대가 열렸다"라고 주장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 교수는 보다 개인화된 음악 콘텐츠의 생산과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몇 곡이 들었건 간에 음반 한 장을 만드는 비용은 동일하다. 따라서 생산자는 CD 한 장에 가능한 여러 곡의 음악을 넣어 판다. 가격은 별차이 없는데 덜렁 한 곡만 들어있는 CD를 소비자는 원하지 않는다. 물론 한정된 양의 곡으로 여러 장의 CD를 만들어 파는 것이 유리하지만 소비자는 더 싼 가격에 좋은 음악이 많이 들어간 음반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이를 "아톰 경제의 갈등"이라고 지적한다.
인터넷을 통한 '비트 경제'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다. 생산자가 노래 한 곡마다 각각의 가격을 붙여 팔면 되므로 굳이 10곡짜리 앨범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음반을 통째로 살 필요 없이 원하는 곡에만 값을 지불하고 내려받는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 역시 앨범 발표에 대한 부담을 덜고, 만들고 싶은 음악을 때때로 만들어 원하는 때에 발표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소위 아톰 경제에서 요구되는 대량생산의 논리에서 벗어나 개별적인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한국은 디지털 음악 산업의 최전선
네그로폰테와 리프킨 교수의 시각에서 한국의 디지털 음악 시장은 변화의 최첨단에 서있다. 인터넷 스트리밍 음악과 MP3폰이 급속한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반면 음반 판매량은 줄고 있다. 최근 벅스 뮤직과 MP3폰 문제처럼 인터넷상의 음악 배포를 둘러싼 권리자(저작권 협회)와 산업(MP3폰 제조사, 인터넷 서비스 업체)간의 충돌은 '변화의 시기에 나타나는 당연한 갈등'으로 풀이된다. 리프킨 교수는 "당분간 접속의 방식과 소유의 방식이 충돌하겠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나타나면 갈등은 곧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훈 사장 역시 "MP3폰은 인터넷 음악 판매를 위한 인프라에 해당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수년내로 인터넷을 통한 음악 판매 수익이 음반 판매를 통한 수익을 앞지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최근 아시아권의 한류열풍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인터넷 음악 서비스를 통해 국내 음악 산업을 전 아시아권을 아우르는 규모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 인터넷 음악 거래방식
인터넷 음악을 거래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MP3 음악 파일을 사고 파는 방법이 있다. 미국 애플사의 '아이튠', 유료화된 '냅스터', KTF의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 등이 해당된다.
소비자는 인터넷에서 다양한 음악의 샘플을 듣고,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일정한 값을 치르고 내려받는다. 곡당 가격을 지불할 수도 있고, 회원가입을 해서 요금을 내고 필요한 만큼의 음악 파일을 받아 갈 수도 있다. 곡당 가격은 300원에서 1,200원까지 다양하다.
판매되는 MP3 파일에는 대부분 디지털저작권보호장치(DRM)라는 것이 걸려있어서 자기 소유의 PC나 MP3플레이어에서는 마음대로 재생할 수 있지만 남에게 복사해 줄 수는 없게 되어 있다.
일단 내려 받으면 원하는 매체에 옮겨 놓고 마음껏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실수로 지워지면 다시 구입해야 하고, 듣다가 지겨워졌다고 남에게 주거나 중고로 팔 수가 없다.
최근에는 인터넷 스트리밍이 주목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벅스(www.bugs.co.kr)를 통해 보편화한 방식이다. 인터넷 서버에 음악을 저장해 놓고, 음악이 듣고 싶을 때 마다 접속해 듣는다.
라디오를 이용해 방송을 듣는 것과 비슷하므로 '인터넷 음악 방송'과 비슷하다.
다만 원하는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고, 일률적인 청취료 대신 원하는 음악을 들을 권리만 구입한다는 점에서 방송과 다르다. 한번 구입한 음악은 일정기간 동안 언제나 다시 접속해 들을 수 있다.
'소유 대신 접속'이라는 인터넷의 장점을 활용해 저장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무선인터넷 기능을 갖춘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에 적합하다.
구입한 MP3 파일은 DRM 때문에 다른 사람의 오디오 기기에서 재생할 수 없는 불편이 있지만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의 기기를 막론하고 자신의 아이디로 로그인하면 감상할 수 있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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