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영국 작곡가 마이클 니먼(60·사진)이 내한공연(8, 9일 LG아트센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29일 들어와 서울의 동대문 밤 시장을 둘러봤다는 그는 "시장과 밤 거리의 활기찬 모습에서 충만한 에너지를 느꼈다"며 첫 방한의 인상을 밝혔다.연주자, 음악비평가로도 활동 중인 니먼은 스티브 라이히, 필립 글래스 등과 더불어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현대음악의 거장. 교향곡과 현악4중주, 오페라 등 클래식 뿐 아니라 영화·게임·극음악 등 여러 장르를 섭렵하고 있다. 영화음악 작업은 1976년 영국의 거장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을 만나면서 시작,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 등 그리너웨이 영화 11편의 음악을 작곡했다.
자신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피아노'의 영화음악에 대해서는 "결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며, 때로 내 음악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런 음악은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현실과는 무관하지요. 그래서 현실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오페라를 가장 좋아합니다. 미국이 이라크 교도소에서 행한 고문에서도 드러나듯 세계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데, 그런 현실에 한 걸음 물러서 작곡하고 연주하는 제 자신에 괴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는 "작곡가는 인간 삶의 조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라크 전을 일으킨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영국 블레어 총리의 동맹은 '위험하고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또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그리고 최근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를 봤는데 정말 좋았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영화와도 작업해 보고 싶다"고 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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