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다녀왔다. 계산을 해보니 회사를 그만둔 지 꼭 9년째 된다. 보통 작가 약력 안엔 회사 약력을 안 쓰는데, 나는 지난날의 연보에 꼭 회사 이야기를 한다. 신인작가 시절 경제적으로도, 또 회사 안에서의 창작활동에 대해서도 많은 배려를 받았다.나뿐 아니다. 몇 년 전에 타계한 소설가 김소진도 같은 직장에 있었고, 그 다음해 같은 신문 신춘문예에 연이어 당선된 소설가 한융희도 같은 사무실에 있었다. 어제 나갔던 것은 그 회사에서 운영하는 '배우자 문학상' 때문이었다. 문화 쪽과 특별히 관계가 있는 회사도 아니다. 담보가 없거나 부족한 기업의 보증을 서주는 업무만큼이나 회사 이름도 그런 쪽으로 각이 딱딱 지는 '신용보증기금'이라는 곳이다.
그런 문학상을 만든 것은 외환 위기 때 직원의 10% 이상이 회사를 떠나는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으면서, 집과 회사 사이의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취지가 아름다우면 거기에 모이는 뜻도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응모작마다 아름답고 깊은 사연이 있다. 세상에 참으로 많은 문학상이 있지만, 이런 이름의 문학상이야말로 좀 곳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보다 환해질 것 같다.
이순원/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