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리 손으로 친일 청산을 이루겠습니다."30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대종교 총본산 교당에 항일운동을 한 독립운동가의 자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친일 청산을 다짐했다.
청산리전투의 승리에 빛나는 김좌진 장군의 손자 김경민(50)씨, 봉오동 전투에 참가했던 이흥수 선생의 손자 이준혁(42)씨, '만주 호랑이' 김규식 장군의 외증손자 김준호(25)씨 등은 이날 첫 대면인데도 마치 오랜 지기처럼 손을 굳게 맞잡았다.
이들은 즉석에서 의삼촌, 의조카 등의 관계를 맺은 뒤 '친일 진상규명 및 특별법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와 '대종교 항일선열 기념사업회'를 결성, 친일 청산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권익 찾기에 나서기로 의기투합했다.
3인의 만남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장즈(尙志)시에 거주하고 있던 김준호씨가 동북아평화연대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김씨가 외증조부 김규식 장군 암살사건에 관한 자료수집 및 9년전 중국에서 사망한 외할머니 김현태씨의 독립유공자 등록 신청을 위해 지난 2월 입국하자 이씨가 만남을 제의했고, 할아버지들이 입교해 지도자로 활동한 대종교 총본산에서 만남을 가졌다.
'김좌진 장군 기념사업회'에서 활동중인 김경민씨는 "친조카를 만난 것처럼 기쁘고 감개무량하다"며 "앞으로 자주 만나 친일청산과 대종교 보급 활동을 해나가자"고 제의했으며, 한민족운동단체연합에서 민족정기수호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준혁씨는 "지난 3월 누더기가 된 채 국회에서 통과된 친일진상규명법을 개정, 실질적인 친일청산법이 되도록 우리가 앞장서자"고 말했다. 김준호씨는 "항일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아직도 고국을 자유롭게 오가지 못하는데다 중국 현지에서도 어렵게 생활하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에는 김좌진 장군과 함께 청산리전투에 참가한 북로군정서 서일 총재의 손자 며느리인 문매화(70)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문씨는 "병상의 남편이 '호랑이 장군' 손자의 귀국소식을 듣고 좋아했는데 건강이 나빠져 올 수 없자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김좌진 장군은 임시정부 독립군 총사령관으로 1920년 이후 10여년간 만주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이끌었으며, 김규식 장군은 1920년 청산리전투 당시 보병대대장 등으로 활약했다. 이흥수 선생은 홍범도 장군이 주도한 봉오동전투에 참전해 공을 세웠으며, 대종교와 독립투사들이 십시일반으로 설립한 홍익대의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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