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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호바르 총격·인질극 '충격'/석유도시 테러…高유가에 기름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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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호바르 총격·인질극 '충격'/석유도시 테러…高유가에 기름붓나

입력
2004.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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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호바르에서 29일(현지시간) 발생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의 테러는 세계경제의 근간인 사우디의 원유생산 체제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테러를 자행했다고 자처한 알 카에다의 산하 조직 '예루살렘 여단'은 "사우디 원유를 도둑질해온 미국과 서방의 시오니스트 및 십자군들을 공격했다"고 밝혀 이번 공격이 유가 상승을 초래한 지난 1일 사우디 원유기지 얀부의 서방인 살해 사건과 동일선상에 있음을 명백히 했다. 이 경고는 향후에도 원유 생산시설을 추가 공격할 것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되고 있다.

이번 테러는 그간 정치인과 민간시설 등 소프트 타깃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알 카에다의 테러가 경제 타깃으로 이동 중임을 보여주었다. 사우디내 알 카에다는 이라크전 이후 외국인 주거단지 등을 주로 공격해왔으나 최근에는 원유 시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주권이양 작업이 진행되는 이라크에서 최근 빈발하고 있는 원유 생산시설 공격과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테러범들이 사우디 이라크 이외 중동국가에서 원유 시설 또는 유조선 등을 무차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번 테러는 중동에서 가장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친미 성향의 사우디 왕실을 더욱 흔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원유 공급국인 사우디는 알 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고향이며, 이슬람 근본주의가 가장 창궐하는 중동 국가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와 맥을 같이하는 와하비즘을 신봉하는 사우디 국민들은 테러리스트들에게 활동기반을 제공하는데 거리낌이 없어 미국은 사우디를 대 테러전선의 취약지대로 분류해왔다.

사우디의 불안정은 국제정치적으로 중동 전체의 불안정을, 경제적으로 원유공급의 불안을 야기할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당장 영국 BBC방송은 "1일 8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사우디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세계경제에 나쁜 뉴스가 될 것"이라며 31일 개장될 유가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6월 3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증산을 결의할 예정인 가운데 나온 이번 악재가 시장에 어떻게 반영될 지 주목된다는 것이다. 대 테러전 측면에서 보자면 26일 미국 정부가 알 카에다의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직후 발생한 이번 테러는 6월말 이라크 주권이양을 전후로 세계가 또 한번 극심한 테러 홍역을 치러야 할 것임을 예고하는 전주곡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특수부대원 새벽 헬기로 옥상 진입

25시간에 걸친 총격·인질극은 사우디아라비아 특수부대원들이 50여명의 외국인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 건물에 진입, 구출작전을 개시한 지 1시간30분 만에 끝났다.

먼저 건물의 전력을 차단한 특수부대원들은 30일 새벽 5시30분께 헬리콥터를 이용해 건물 옥상에 내려선 뒤 내부로 진입했다. 4명으로 알려진 인질범들은 사우디군의 작전이 시작되자 기관총과 소총 등으로 응사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총성이 잦아든 것은 오전 7시께였다.

로이터통신은 보안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진압 작전 과정에서 최소 2명의 인질범이 사살됐고 인질 중 여러 명이 인질범들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보도했다. 한 생존자는 진압 작전이 이뤄지기 전에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힌 인질 9명을 인질범들이 칼로 목을 그어 살해했다고 전했다. 작전 종료 뒤 건물에서 여러 구의 시신이 들것에 실려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사우디측은 "대부분의 인질들이 안전하게 구조됐다"며 더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군은 실제 작전에 앞서 한 차례 침투를 시도했으나 인질범들이 건물 곳곳에 설치해놓은 부비트랩이 발견되면서 안전한 작전을 위해 퇴각했었다.

외국인 주거단지에 난입, 인질극을 벌이기 전 테러범들은 29일 새벽 총을 난사하며 외국 기업 등이 입주한 인근 석유 시설 2곳에 침입, 미국인 1명, 영국인 1명을 포함해 11명을 사살했다. 목격자들은 테러범들이 첫 공격 대상이었던 아랍석유회사 아피코프에서 숨진 영국인 직원의 시신을 차에 매달아 약 2㎞를 끌고 간 뒤 다리 근처에 버렸다고 전했다. 몇몇 사우디 언론들은 30일 테러범들이 건물에서 최소 1구의 시신을 건물 밖으로 내던졌으며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등 시신을 훼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인질극이 벌어진 호바르는 1996년에도 알 카에다가 사우디 정부를 타격하기 위해 기획한 첫 번째 대규모 공격이 발생한 장소라고 보도했다. 그 때까지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알 카에다의 공격으로 당시 미군 19명이 사망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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