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가하락과정은 그간 상승국면에서 가려져 있던 우리 경제, 주식시장, 기업이익의 취약성을 살펴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 주식시장의 수급불균형이나 높은 상품가격에 의한 초과이윤과 같은 요인들은 이번 상승국면에 국한된 것이지만, 주식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에 따른 금융불안정, 대중국 의존도가 커지고 있거나 변함없는 원유수입국이라는 현실 등 상당수는 구조적이거나 현실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성격의 취약성이다.유가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주가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중기적으로 세계경기의 회복기조 및 IT경기의 확장세가 탄탄한 것으로 보고 투자의견은 비중확대를 유지하되, 종합주가지수 전망치는 최고 950으로 하향 조정한다.
최근 주가의 급락 현상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기확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2000년의 대버블 붕괴이후 3년여 지속되어 왔던 '저금리-저달러 구조'의 소멸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인다. 금리의 상승이 경기의 본격 회복과 디플레이션 우려의 소멸에 따른 것이라면 이는 주식시장에 부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은 세계 주식시장의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 금리의 상승과 달러화 약세기조의 종결이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위축으로 연결됐다. 현재 우리 시장은 외국인 순매수에만 의존하는 불안정한 수급구조를 갖고 있다.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에 편승하는 한국경제의 성장전략이 장기적으로 실보다는 득이 많은 만큼 이번과 같은 대중국 노출에 따른 위험은 피할 수 없는 한국경제의 특성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중국이 도약기에 있는 고도 성장경제인만큼 변동성 또한 높을 수 밖에 없다.
반면 중국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한국경제의 중국에 대한 높은 노출도, 중국경제의 높은 변동성, 제한적인 정보 접근성 등은 몇 년 만에 해결될 성질의 것들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유가는 수급이 경직적이어서 변동성이 심하고, 지정학적 문제와 같은 예측이 곤란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적인 원유 수입국으로서, 유가변동에 매우 취약하다. 향후 유가의 예측은 어렵지만, 최근 고유가 상황의 도래는 경기확장국면에 대한 주식시장의 기대치를 일부 잠식한 사건으로 이해된다.
대표적 IT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금년 상반기 중 대규모 영업이익을 달성 할 것이지만, D램, 플래쉬 메모리, TFT-LCD 등 주요 제품의 높은 가격은 공급이 늘어나는 하반기부터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의 거시적 충격에 대한 우려는 반도체 수요기반의 위축을 우려케 하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이 같은 반도체의 사례는 금번 경기확장 국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누리고 있던 '대규모 영업이익의 질'에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김지환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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