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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비정규직, 어떻게 풀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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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비정규직, 어떻게 풀것인가

입력
2004.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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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는 정부가 공공부문 일부 직종의 근로자들을 정규직화하기로 하면서 다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이런 해법을 민간부문에 종용함으로써 기업들의 노동비용 상승을 유도해 경쟁력 하락을 낳을 것을 우려한다. 반면에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부당하게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는 문제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최근 비정규직 근로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한 가지 원인은 노동 공급 측면에 있다. 즉 기혼여성의 구직이나 일자리가 필요한 장·노년층 인구의 재취업, 10대 청소년 취업이 늘면서 이들이 낮은 숙련도나 경험 부족 혹은 가사업무나 학업 등을 이유로 비정규직 고용을 선택한다. 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가 증가하는 더 큰 이유는 사용자들이 낮은 임금이나 인력활용의 용이성 등으로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는 노동수요적 요인에 있다. 또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고용창출에 큰 몫을 담당하게 되는 산업구조의 변화도 그런 변화를 유도한다.

재계의 논리대로라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는 정당한 경영권의 행사이고 지속적인 기업성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경쟁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국내외 시장 상황 하에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비정규직 채용은 경영자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한다. 또 강성 노조나 정규직의 고임금 때문에 비정규직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를 우려하는 논리는 다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노사간의 고용계약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경우가 많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 임금의 수준도 회사 밖이나 안에서 유사한 업무와 비교하거나 연령에 따른 경제적 필요(자녀 학자금이나 주택구입자금 등) 등을 고려해 주는 공평한 임금이어야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그런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법이나 정부 규제 및 노동조합의 활동이 당연시된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연계시키는 재계의 주장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 중국 등의 저임금에 기반한 추격에 직면한 국내 기업들은 인력정책에 있어서도 좀더 장기적인 숙련 양성을 위한 투자나 품질이나 성능에 비교우위를 가진 성장전략과 연계시키는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는 단기적으로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러한 성장전략을 추구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의 양산을 막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소득과 고용안정을 가진 중산층을 확보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안정적인 내수시장 성장을 통한 기업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또 일부 업종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 채용이 기업경쟁력을 고려한 것이라기보다 유행처럼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경우도 많다.

반면에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의 논리나 해법도 현실의 상황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한다. 즉 선진국을 포함한 대다수 자본주의 국가에서 비정규직 증가를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진행되는 추세이고 또 일부 업종에서 불규칙한 시장 수요에 따라 비정규직 채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비정규직 고용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업종별로 다양한 상황은 정부의 포괄적인 규제의 효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또 최근에 유럽 선진국들의 경험에서 보면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해 노조를 조직하고 유지하는 전략도 쉽지 않은 과제로 인식되고 있고 우리의 경우도 그렇다.

따라서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에 대한 재계나 노동계의 대립적인 논리나 해법은 좀더 유연하고 타협적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장기적인 경제성장 전략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노·사·정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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