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처럼 한가했다. 그런 한가함이 고마워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듯 몇 권의 전래동화를 읽었다. 그 중에서도 '거울을 처음 본 사람'의 얘기가 마치 나의 어린시절 얘기 같아 재미가 소록소록했다.그것이 처음이든 아니든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에 대해 신기해 했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나하고 똑 같이 생긴 아이가 왜 저 안에 있을까. 저 아이는 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저 속에서만 살까.
그래서 그 아이 몰래 장롱 거울을 향해 아주 살금살금 다가가 염탐을 하듯 빼꼼이 그 속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 아이가 먼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또 궁금했다. 어느 땐 그 아이가 깜짝 놀라 튀어나오도록 거울이 붙은 장롱 문을 벌컥 열어보기도 했다.
그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던 것도 기억 난다. "느 엄마도 우리 엄마니?" "내가 밥 먹을 때 너도 그 속에서 밥을 먹니?" 그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런 질문들이야말로 우리 마음 안의 보석들이었다. 어른이 되며 우리는 마음 안의 그런 보석들을 너무 쉽게 길 위에 잃어버렸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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