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休眠)특허를 이용해 로열티를 챙겨라. 무단사용에 대해서는 소송으로 맞서라." 일본 특허청이 최근 자국의 전자업체에 전달한 특허 관련 지침이다. 물론 특허권 공세의 상대는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한국 전자업체다.삼성SDI와 후지쓰 사이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특허 소송을 도화선으로 불이 붙기 시작한 한일 전자업계 간 '특허권 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면전 선포한 일본
29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특허청은 최근 PDP를 포함한 전자분야에서 한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일본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 특허 관련 지침을 마련, 자국 전자업체에 전달했다.
일본 정부는 지침을 통해 우선 휴면특허라도 로열티를 꼬박꼬박 챙기고, 만약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고 무단 사용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을 주문했다.
또 세계 전자업계의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대만과 중국에서 일본 업체의 기존 특허가 보호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새로운 특허 취득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속도로 기술이 발전하는 전자 업계에서 휴면특허는 이미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는 기술이 대부분. 때문에 휴면특허에 대해 특허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후발 주자인 한국을 겨냥한 전면전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 도시바가 자국에서는 특허권 등록도 하지않은 채 최근 한국 업체에게만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인다.
업계·정부 공동 대응을
세계 최대의 특허 출원국으로 첨단 분야에서 우리보다 한 수 위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특허권 공세는 그 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국내 전자업계에는 암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이 중국에서 특허권을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국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온 한국 전자업계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자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40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특허전담조직을 운영해온 삼성전자는 조직 강화에 나섰고, LG전자는 사업부 소속 모든 연구소에 특허전담 요원을 배치했다.
또 삼성SDI는 일본 NEC로부터 OLED 특허를 대거 인수해 특허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자체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제조·공정 분야의 핵심기술이 특허권으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특허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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