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아름…다워요. 귀여워요." 28일 전지현·장혁 주연의 한국영화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각본·감독 곽재용)의 월드 프리미어(세계 첫 시사회)가 열린 홍콩 IFC(International Finance Center) 복합상영관. 무역회사 직원인 앨런(30)은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전지현이 시사회장에 나타나기 만을 기다리던 대학원생 스티브(23)도 "천사 같은 얼굴에 섹시한 매력까지 갖춘 그녀가 좋다"며 웃었다.
그런가 하면 100여명의 장혁 팬들은 녹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장혁 팬 클럽 회원인 네틀리(26)는 "'명랑소녀 성공기'가 TVB(홍콩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된 이후 회원이 늘어 지금은 1,000명 정도 된다"며 "이날 행사 때문에 대만과 말레이시아에서 온 친구도 있다"고 했다.
한국영화로는 사상 처음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야만사저'(野蠻師姐: 거친 여경찰)란 이름으로 6월 3일 동시에 개봉할 이 영화가 첫 선을 보인 이날 행사는 '한류열풍'을 새삼 체감 할 수 있는 자리였다.
시사회에 초청된 600명의 홍콩 시민들은 물론 1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고, 쉬커(徐克)·천커신(陳可辛)·프루트 챈(陳果) 같은 세계적인 감독과 영화계 인사들도 자리했다. 밍바오(明報) 동팡(東方)일보 등 홍콩 신문들은 29일자 기사에서 한결같이 '한국 영화계의 별, 전지현이 나타나자 잉미(影迷: 팬)들이 난리가 났다'고 소개했다.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대한 홍콩인들의 이같은 관심은 '엽기적인 그녀'에서 출발했다. 곽재용―전지현 콤비의 '엽기적인 그녀'는 홍콩 현지에서 '나의 야만적인 여자친구'(我的野蠻女友)란 이름으로 개봉 돼 2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한국영화 붐을 주도했다. '와호장룡' '영웅' 등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에드코 필름의 대표 빌 콩이 '여친소'의 영화 제작비 350만 달러(한화 42억)를 전액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올드보이'의 배급도 추진하고 있는 빌 콩은 "전체 53개 홍콩 영화관 중 30개관에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가 걸린다. 시사회가 끝나고 주위 사람들을 보니 눈가가 모두 젖어있었다.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는 경찰인 경진(전지현)이 고등학교 물리 선생인 명우(장혁)를 소매치기꾼으로 오해 하면서 싹트는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영화. 이번에도 전지현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을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마약 밀매범을 추격하는 등 '엽기적'이고 코믹한 여경(女警)의 모습을 보여준다. 경쾌한 사랑이야기는 후반부에서 살인마를 추격하는 경진이 걱정돼 뒤따라온 명우가 강력계 형사들이 잘 못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무거운 멜로로 반전한다. 자살을 시도하는 경진을 바람으로 환생한 명우가 살려내고, 새로운 남자 친구에게까지 인도한다.
월드 프리미어를 마친 다음 날인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지현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엽기적인 그녀'와 '여친소'가 주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며 "이 영화의 아날로그적인 사랑을 관객들이 받아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는 8월에는 동남아 전역,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일본에서 개봉된다.
/홍콩=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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