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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의 건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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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의 건강학

입력
2004.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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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많은 아이가 건강하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소금을 보충해야 한다'는 등 땀에 관한 속설이 많다. 이 중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된 것도 적지않다. 10년만의 찜통 더위가 예상된다는 올 여름. 슬슬 땀과의 전쟁도 시작된다. 땀은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지만 생활의 불편과 질병을 낳기도 한다. 땀은 왜 흘려야 하고, 건강하게 땀 흘리는 비결은 없는지 땀의 건강학에 대해 살펴본다.

식은 땀은 건강의 지표

땀은 짜다. 하지만 땀의 염분 농도는 0.65%로 피보다 묽은 수준이다. 땀은 99% 이상이 물이고, 나머지가 염분, 요소, 유산 등이다. 때문에 평소 땀이 많은 사람이라도 영양소나 노폐물이 빠져 문제가 되거나 좋은 점은 거의 없다. 체질적으로 땀이 많거나 적은 것은 땀을 내게 하는 교감신경의 작용이 예민한가 아닌가에 달려있을 뿐이다.

하지만 식은 땀은 건강의 지표여서, 눈여겨 봐야 한다. 갑자기 땀을 줄줄 흘린다면 다른 병이 의심된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에게 많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이 경우 가슴이 뛰고 땀이 많아지며 체중이 빠진다. 또 폐경 후 여성은 밤에 얼굴이 달아오르며 땀이 날 수 있는데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면 증상을 줄일 수 있다.

이밖에 당뇨병이나 저혈당, 심부전, 흉강내 종양, 결핵, 불안장애나 파킨슨병과 같은 정신·신경장애가 있을 경우에도 땀이 나므로 병원을 찾도록 한다.

땀은 체온을 조절한다

땀은 온 몸에서 난다. 땀 구멍은 전신에 200만∼500만개가 퍼져있고 특히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에 많다. 단 입술 경계부, 손·발톱, 성기의 일부에는 땀구멍이 없다.

이렇게 전신에서 흘리는 땀의 역할은 주로 체온을 조절하는 것이다. 사람은 하루에 600∼700㎤의 땀을 흘리고, 체온 발산의 70∼80%를 책임진다. 한여름이면 길에 물을 뿌리면 증발할 때 주위 열을 빼앗아 시원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땀은 피지와 함께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유지하는 기능도 있다.

땀을 나게 하는 일차적 조건은 열이다. 열과 함께 땀을 내는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정서 반응이다. 땀샘의 작용은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데, 위급한 상황에 처하거나 긴장을 하면 교감신경계가 흥분해 말 그대로 '손에 땀을 쥐는' 상황이 생긴다. 신 맛이나 매운 맛을 보면 땀이 나기도 한다. 반대로 발을 찬물에 담그거나 목 뒤에 얼음을 대 차게 하면 이 감각자극에 의해 땀이 억제된다.

땀은 체취를 만든다

그런데 땀을 내는 땀샘 중에 정체가 명확치 않은 것이 있다. 전신에 두루 분포한 에크린땀샘은 체온조절 기능을 하지만 털이 난 부위에 집중된 아포크린땀샘은 그 목적이 불분명하다. 아포크린땀샘은 겨드랑이, 눈썹, 항문주위 등에 있고 사춘기에 발달해 열보다는 정서적 반응에 의해 땀을 흘린다.

일부에선 아포크린땀샘을 "체취를 통해 이성을 유혹하는 기능이 퇴화한 것"이라고 추정한다. 실제로 동물 중엔 이러한 부위에 체취를 내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근거는 확실치 않다.

어쨌든 현대 문명사회에서 아포크린땀샘은 이성을 유혹하기는커녕 이성과 멀어지게끔 하는 훼방꾼 노릇을 한다. 아포크린땀샘에서 나는 땀이 특유의 암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원래 땀은 냄새가 없지만 밀폐된 곳에 사는 디프테리아균이 지방산을 만들어, 보통 땀냄새라고 일컫는 쉰내보다 훨씬 독한 악취를 만든다.

냄새를 줄이는 일차적인 방법은 시원하게 하고, 항균비누로 씻어 균을 죽이는 것. 병원에선 땀샘을 없애는 여러가지 시술을 한다. 겨드랑이 피부를 도려내는 절제술이 가장 확실하지만 피부가 당기고 흉터가 남는다. 절제 없이 레이저·초음파·절연침 등으로 모낭을 파괴하는 방법은 간편한 반면 재발 가능성이 있다. 최근엔 절충안이라고 할만한 리포셋 흡입술이 많이 적용된다. 피부를 약간 절제해 지방흡입으로 피하조직을 빨아내는 시술이다. 이밖에 땀을 줄이는 다른 치료법은 액취증에는 잘 듣지 않는다.

땀은 불편하다

땀이 많아도 생명엔 지장이 없지만 생활하기 불편하다. 손발에 땀이 많은 김모(21)씨. "펜이 미끄러지고, 책이 젖고,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에 땀이 스며 고장나는 등 불편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여자친구하고 손도 못 잡겠다. 지금은 군인인데 땀 때문에 눈총을 받지 않을까 여간 걱정이 아니다." 다한증 환자는 시험을 못 친 것도, 면접에서 떨어진 것도, 결혼을 못한 것도 땀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좌절하곤 한다.

땀을 줄이는 치료법은 많다. 하지만 모두 한계가 있으므로 장단점을 따져가며 부작용 적고 값싼 치료부터 시도하는 게 좋다. 일차 치료는 바르는 약. 염화 알루미늄 성분의 바르는 땀 억제제는 일시적으로 땀구멍을 막고, 나오지 못한 땀은 소변으로 배출된다. 단 염화 알루미늄은 물에 젖으면 염산을 만들어 가려움증 등 자극을 일으키므로 잠자기 전 마른 피부에 발랐다가 아침에 일어나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 일주일에 2∼3번 바르면 효과가 있다.

이것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병원에서 이온영동치료를 받는다. 손발을 물에 담그고 전류를 흘려 땀 분비를 막는데 각질층이 재생되면 다시 땀이 나므로 주 2∼3회 꾸준히 받아야 한다. 보톡스 주사도 효과적이나 고가인데다 역시 반복해서 맞아야 한다. 수술로는 땀을 나게 하는 신경을 차단하거나 신경절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당일 퇴원할 정도로 간단한 수술이지만 수술 후 손 대신 엉덩이가 젖거나 미각에 의해 땀이 나는 등의 '보상성 다한증'이 있으므로 최후의 방법으로 고려해야 한다.

땀은 세균을 키운다

땀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병도 있다. 무좀이나 땀띠 같은 피부병, 피부를 먹고 사는 미생물에 의한 발냄새 등이다. 축축한 피부에서 이런 균들이 활발히 번식하기 때문이다. 미리 땀을 줄이는 약을 바르거나, 발을 씻은 후 특히 발가락 사이를 잘 말리고, 면 양말을 신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무좀은 아주 오래돼 각질이 두꺼워진 경우만 빼면 꾸준히 약을 바르는 것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6주 이상 약을 바르되 증상이 사라진 후 보름정도는 약을 끊지 말아야 한다. 식초에 발을 담그는 등의 민간요법은 각질층을 벗겨내는 효과가 있어 일부 도움이 되지만 화상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므로 삼가는 게 좋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도움말 을지병원 흉부외과 박만실 교수·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동균 교수>

■운동전 물1컵 마셔라

운동 등으로 땀을 많이 흘린 경우에 반드시 땀 흘린 만큼 물을 마셔야 한다. 더운 날 마라톤 같은 운동을 하거나 군대에서 무장을 하고 행군을 하는 경우 하루에 흘리는 땀은 7ℓ를 넘는다. 숫자로만 보면 체중이 한번에 7㎏까지 빠진다는 얘기인데, 이 경우 수분을 보충하지 않는다면 탈수현상에 빠지기 쉽다. 때문에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필수다.

운동을 시작하기 10∼20분 전 물을 한 컵 마시고, 운동 중엔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20∼30분마다 한 컵씩 마시는 것이 권장된다. 커피 홍차 콜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는 오히려 땀을 더 배출시키므로 마시지 않도록 한다.

땀을 심하게 많이 흘린다면 미량이지만 염분도 빠져나와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아진다. 심하면 심장 등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전해질도 함께 보충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운동 전에 미리 소금을 먹어두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전해질이 포함된 이온음료가 도움이 되나 농도가 진하므로 물 한 컵에 이온 음료 한 컵의 비율로 함께 마시는 게 좋다.

일부러 땀을 많이 빼겠다고 땀복을 입고 운동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더운 여름 땀복을 입고 운동을 하면 피부 주변의 습도가 매우 높아져 체온이 발산되지 않는다. 이 경우 체온이 올라 열사병에 빠질 수 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운동하는 게 아니니까 상관 없겠지"하며 방심하다가 오히려 열사병이 생기는 것이다. 무더운 장마철 운동을 무리하게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좋지 않다.

또 사우나나 찜질방을 이용할 때도 물을 보충해야 한다. 특히 술 마신 후 찜질방에서 누워 자는 것은 탈수를 부추기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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