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등이 공적자금 부실관리로 천문학적 규모의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적발해낸 부실 사례들은 이미 징계시효가 지나 관련자를 처벌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뒷북감사'라는 비난이 비등하다. 또 일각에선 이러한 부실이 발생하도록 방치한 정부의 감독 시스템 자체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상위 감독기관들의 직무태만
KAMCO가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의 효율적인 정리를 위해 설립된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운용을 맡은 것이 1997년 11월. 이후 KAMCO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감사원 등으로부터 이중삼중의 관리감독을 받아왔다. 우선 재경부는 KAMCO의 운영에 관련된 법과 제도의 정비를 담당해왔고, 금감위는 금융기관인 KAMCO의 재무건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상시 기관감독을 해왔다. 정부부처는 물론 산하기관들에 대한 회계감찰을 주업무로 하는 감사원 역시 공적자금 특감과는 별도로 매년 KAMCO에 대한 정기감사를 벌여왔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공적자금 관련 사안들은 공자위의 스크린과 승인 절차를 거쳐 집행된 것들이다. 예컨대 KAMCO가 부실채권정리기금을 통해 부실채권을 매입하거나 매각할 때, 또는 부실채권의 가격을 산정할 때 등 모든 사안마다 공자위의 승인이 필요하며 철저한 사후감독도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이중삼중의 감독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는 부실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시스템 자체가 겉돌고 있다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난해 기획예산처가 집계한 '2002년 기금운용평가'에서 KAMCO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은 국내 46개 정부기금 중 자산운용부문 평점 1위로 최우수 모범기금으로 선정된 바도 있어, 공적자금 집행기관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시스템자체가 허점 투성이라는 비난이 높다.
KAMCO만 희생양
그럼에도 불구하고 KAMCO와 공적자금 집행과정을 관리감독하는 상위 기관들에 대한 문책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번 감사가 '힘없는' 말단 집행기관만 흠집 내기 위한 생색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번 감사의 주요 지적사항을 놓고 금융계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딴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KAMCO가 부실채권정리기금의 부실채권을 외부에 팔지 않고 자신들이 사들여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겼다는 지적에 대해 KAMCO는 무리한 해석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KAMCO 관계자는 "공적자금의 조기 회수가 급선무였던 시절에 시장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부실채권들을 공사가 사들인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인데 만약 해당 부실채권을 공사가 아니라 론스타 같은 외국펀드에 팔아 외국펀드 배를 불렸다면 괜찮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금융계에선 이번 감사를 계기로 특정 집행기관 자체를 희생양으로 삼기보다는 공적자금 집행 전과정을 투명하게 감시하고 상시점검하는 체제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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