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내달부터 교차로와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을 중점 단속키로 했으나 절반 가량의 차량이 상습적으로 정지선을 위반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경찰관과 운전자간의 실랑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5월 한달 동안의 계도기간을 거쳐 내달 1일부터 정지선 위반 행위에 대해 범칙금과 벌점을 부과하는 등 강도 높게 단속하겠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7,158명 중 교차로와 횡단보도 사고 사망자가 1,560명(21.6%)에 달할 정도로 정지선 위반이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어 집중단속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적색 황색 신호 때 정지선에 서지 않을 경우 신호위반으로 범칙금 6만원(승합차 7만원)과 벌점 15점을 부과하게 된다. 범퍼가 정지선을 조금 넘는 경우엔 경고장만 발부할 방침이다. 녹색신호에 정지선을 통과했으나 무리하게 진입해 교차로 내에 정차한 경우도 범칙금 4만원(승합차 5만원)을 물어야 한다. 횡단보도에 신호가 있건 없건 보행자가 통행하면 정지선에 서야 하며, 위반 시 범칙금 6만원(승합차 7만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그러나 정지선 위반이 일상적인 현상이어서 적발된 운전자들이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강력히 저항할 것으로 보여 단속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계도단속에서 적발돼 경찰관의 구두경고를 받은 적이 있는 회사원 조모(36)씨는 "범퍼가 정지선을 10㎝ 정도 넘었는데 위반이라고 해 너무 융통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비슷한 정도의 정지선 침범을 다른 경찰관들은 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모(46)씨는 "불가피하게 정지선에 진입한 차량이 단속에 걸리지 않으려고 후진하는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으니 경찰이 융통성을 갖고 단속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초보운전자 정모씨는 "운전이 서툴러 정지선 앞에서 멈추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며 "본격 단속이 이뤄지면 많이 걸리게 생겼다"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안전생활실천시민연대 허억 안전사업실장은 "이 기회에 운전자들도 정지선 준수가 보행자 뿐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의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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