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정문술 지음
키와채 발행·1만원
그러나 그의 삶은 따뜻했다
문용린 등 지음
산해 발행·1만5,000원
'정문술 신드롬'이 있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중에서 '가장 신뢰받는 리더' 3위에 꼽히는가 하면, 네티즌이 뽑은 산업자원부장관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벤처 대부', 잘 나가던 회사의 경영권을 직원들에게 물려주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300억 원의 사재를 기부한 사실만으로도 그는 보통사람이 아니었다.
'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과 '그러나 그의 삶은 따뜻했다'는 정문술(66)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이 남다른 삶을 살았던 배경과 과정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주고 있다.
'…아름다운 경영'은 정씨 자신이 가진 것을 훌훌 털게 된 동기와 소회를 밝히는 책이고, '그러나…'는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등이 다중지능이론을 토대로 그의 삶의 노정과 성취를 교육심리학적 차원에서 분석한 책이다.
문 교수 등이 정씨에 대한 분석틀로 동원한 다중지능이론은 하버드대학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제창한 것으로 한 사람의 지능을 언어, 음악, 논리수학, 공간, 신체운동, 자성, 대인, 자연 등 8개 분야로 나누어 지적 성취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열두 살 때에야 한글을 깨우친 시골 소년 정문술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의 내면을 성찰하는 자성 지능이 높았기 때문이다. 18년간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하다 신군부에 의해 강제 해직됐을 때나, 퇴직금을 털어넣은 사업이 벽에 부딪혔을 때마다 그는 실패를 도전의 자산으로 삼았다.
또한 연구원들이 비상식적일 정도로 회사 공금을 낭비하는 것을 보고 재무이사가 제동을 걸자 오히려 그를 해고한 후 연구원들에게 "더 쓰라"고 다독인 행동은 그의 비범한 대인 지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름다운 경영'에서 정씨는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일군, 목숨 같은 회사를 기부한 것은 '유산(遺産)은 독약'이라는 신념 때문이었다"고 술회한다. 그리고 은퇴 후에 자신의 결정을 믿으려 하지 않고, 뒤에서 회사를 조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날 때는 화가 치밀었다고 한다.
2001년 초 63세로 아직 충분히 활동할 수 있었던 나이에 그가 가졌던 생각은 "돈 좀 그만 벌자" "명예 추구 좀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는 그러나 "아직도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명예욕"이라며 "책을 준비하면서부터 나를 괴롭혀 온 것도 그 부끄러움"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서 그는 "크게 된 놈으로서 떠드는 게 아니라 크게 될 사람들을 위해 떠들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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