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이 올해로 10회를 맞는다. 서울도서전 개막은 1954년이지만 국제전시회로 격을 높인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올해는 6월 4일부터 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내 159개 출판사, 해외 17개국 57개사가 참가할 계획이라고 한다.하지만 아쉽게도 출범 10년이 되도록 서울국제도서전에는 '국제'가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참가하는 해외 출판사 수가 너무 적고, 행사장 분위기도 도서저작권을 사고 파는 '국제 시장'이 아니라 국내 독자들이 싼 값으로 책 사가는 '도서할인매장'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도서전의 해외출판사도 중국이나 출판사 연합 참가를 제외하면 국가마다 1, 2개사가 고작이다. 한국 출판사들을 '귀빈'으로 여길 일본조차 고단샤(講談社), 이와나미(岩波) 등 대표 출판사 이름을 참가 명단에서 찾을 수 없다. 각종 국제 도서행사에서 프랑스 책을 전시·홍보하는 '프랑스 에디시옹'이 아동도서와 학습지 위주의 서울도서전에 흥미를 못느껴 불참키로 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물론 서울국제도서전만의 고민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저작권 거래가 활발해진데다, 오랜 경기 침체 탓에 각국의 국제도서전은 수년 동안 위축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국제도서전이 공교롭게도 나이가 비슷하지만 베이징국제도서전의 급성장에 나머지 도서전의 기세가 꺾이는 측면도 있다. 해마다 4월에 열리던 도쿄국제도서전이 내년에는 7월에 교구박람회를 겸해 열리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고민 끝에 대한출판문화협회도 올해 처음 도서전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행사를 주관하고, 일반 단행본 전시관과 아동도서 전시관을 분리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아시아에서 처음 연다는 북아트전도 관심을 끌만하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아직도 적지 않은 국내 출판사들이 서울도서전에 참가할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한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장래를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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