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마포구 A아파트 게시판에는 '개 고양이 토끼 닭 쥐 등 애완동물의 사육을 원할 경우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요한다'는 공고가 나붙었다. 여기에는 2차례 경고한 뒤 계속 이행하지 않으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공고가 나간 뒤 애완동물을 키우는 주민들은 "이웃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죄인취급 받는 것은 억울하다"며 "공고를 따르지 못하겠다"고 반발했다. 반대로 일반 주민들은 "여러 가구가 같이 사는 아파트에서 협조해 잘 살자는 것이 뭐가 문제냐"며 상대편을 질책했다.
요즘 서울시내 아파트에서는 애완동물 전쟁이 한창이다. 서울시가 2월 '공동주택 표준관리규약'을 마련, 20가구 이상 아파트에서 애완동물로 인한 소음 등 피해가 있을 경우 사육자는 같은 통로 혹은 같은 층에 거주하는 입주자들 가운데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얻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각 아파트단지에 대해 이달 말까지 자체 규약을 개정해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시한을 앞두고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5년째 애완견을 기르고 있는 B아파트 주민 신모(55·여)씨는 관리사무소의 개정안에 반발하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서울시에 대한 진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애완견을 길러오면서 사소한 문제 한번 일으킨 일이 없는데, 난데없이 일일이 아파트를 돌며 서명을 받으라는 게 말이 되냐"고 따졌다. 그러나 같은 아파트 주민 백모(34)씨는 "그 동안 개 짖는 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애완동물을 아예 아파트에서 모두 추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씨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계속 반대하면 반상회에서 이사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할 계획이다.
상황을 이렇게 악화시킨 것은 서울시 표준관리규약이 '공동주거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경우'로 동의조건을 애매하게 규정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구 C아파트는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 자체에 대해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도록 했지만 강남구 D아파트는 애완동물을 키울 수는 있으나 반드시 성대수술을 받도록 하고, 덩치가 큰 동물은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건이 까다로운 아파트단지의 애완동물 사육 주민들은 "옆 아파트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관리사무소와 일반 주민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더구나 서울시의 표준약관은 지난해 11월 건설교통부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것이어서 애완동물 전쟁은 조만간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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