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날씨가 벌써부터 기승이다. 마음 같아선 체면쯤이야 던져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 굴뚝 같아지는 요즘이다. 때이른 더위를 해갈할 방법은 없을까. 얄미운 태양을 향해 얼음장 같은 물줄기를 쏘아대는 분수에 발을 담궈 보자. 답답한 양말을 벗어 던지고 종아리만 드러내면 계곡물도 부럽지 않은 도심속 '오아시스'들이 시내 곳곳에서 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보는 분수에서 즐기는 분수로
직장인 신모(30)씨는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맨발이 된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바닥분수에서 뿜어 나오는 물줄기를 좇아 아이처럼 뛰어다니는 신씨에게 올 여름 더위가 우스워 보인다.
신씨는 "광장이 들어서기 전 시청 앞 분수는 보기에는 시원했지만 몸으로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웠다" 며 "새로 만들어진 바닥분수는 불규칙적으로 치솟는 물줄기에 발을 담글 수 있어 도심속 초여름 피서지로 제격이다"라고 칭찬을 늘어놓는다.
서울광장 바닥분수는 605개의 노즐을 통해 최고 20m까지 이르는 물줄기를 쏘아댄다. 35가지의 다양한 '물쇼'를 구경만 해도 시원하지만 한번쯤 옷 적실 용기를 내보면 진짜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신록이 가득한 월드컵공원도 분수의 명소다. 난지연못에 위치한 안개분수, 염원의 장에 놓인 바닥분수가 때이른 피서객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평화의 공원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징검다리가 놓인 실개천과 바닥분수가 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맞아준다"며 "최고 100m까지 물줄기를 뿜으며 허공에 무지개를 그리는 안개분수가 장관"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대공원의 터널분수, 양재동 시민의 숲에 자리한 맨발공원 바닥분수도 즐길 수 있는 분수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음악에 맞춰 신명 나는 물줄기
아무리 더워도 차마 '물놀이'로 체면을 구기고 싶지않다면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는 분수를 찾아가보자.
푸른 산자락이 노을에 젖어 붉어질 무렵, 오페라 아리아 '여자의 마음'의 선율에 맞춰 오색물줄기가 춤추는 장면을 바라본다면 더위가 대수이겠나.
예술의전당 음악광장 한 켠에 마련된 세계음악분수는 밤10시 넘어서까지 각국의 명곡에 맞춰 수 만 가지의 '장관'을 연출한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가로 43m 대형 수조에서 800여 개의 노즐을 통해 쏟아지는 분수쇼가 운치있다" 며 "음악광장 내 카페에서 맥주를 즐기며 더위를 피하는 직장인들로 저녁때면 크게 붐빈다"고 말했다.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공원 호수안에 자리한 음악분수도 이른 더위에 지친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한창이다. 방이동의 주부 박모(33)씨는 "오후6시까지 매시간 정각에서 10분 동안 클래식에서 동요에 이르는 다양한 곡들을 들려줘 아이들과 자주 나온다"며 "음악의 장단에 맞춰 오르락 내리락 하는 분수를 따라 몸을 흔들다 보면 절로 흥이 난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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