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전 경제부총리,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 등 우리 사회의 원로들이 한시집을 출간했다.최근 작고한 고병익 전 서울대 총장, 김동한 전 대한토목학회장, 역사학자인 이우성 학술원 회원, 시인 김종길 예술원 회원, 이헌조 전 LG전자 회장, 김용직 전 서울대 교수, 이종훈 전 한국엔지니어클럽 회장 등 각계 원로들이 참여하고 있는 시모임 '난사(蘭社)'가 1999년에 이어 두번째로 '난사시집'(위드북스 발행)을 냈다.
'난사'는 1983년 고(故) 김호길 포항공대 학장의 제안으로 한시에 소양이 깊은 각계 원로들이 뜻을 같이 한 모임이다.
당초 회원은 11명이었으나 한 사람 두 사람 세상을 떠나 현재 회원은 8명. 매월 한차례 정기적으로 만나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시대적 유행을 소재로 한시를 지었다.
난사'는 '향기로운 말을 서로 주고받는 사람들의 회합'이라는 의미. 99년 모임 100회를 맞아 첫번째 시집을 냈고 150회를 지나면서 2집을 발행했다.
이번 시집에는 16대 대통령 선거, 이라크 전쟁, 남북 이산가족 상봉, 기업 구조조정 등 지난 5년간 지구촌과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다양한 일을 소재로 삼은 1,300여 수의 한시가 수록됐다. 세상사에 대한 탄식과 비판, 풍자와 희망이 함께 들어있는 시들이다.
고병익 전 총장은 2000년 6월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相辱相憎半百年(서로 욕하고 증오한 것이 반백년인데) 忽焉携手演雙仙(홀연히 만나 손을 맞잡고 두 신선 같은 모습을 보이니)'라고 노래하는가 하면, '四五停 五六盜(45세면 정년, 56세면 월급도둑)'라는 시도 썼다.
'信步出門東又西(집을 나와 걸음걸이 가는대로 동으로 또 서로 떠돌고) 壯年被逐步行迷(장년에 퇴출당한 걸음걸이가 어지럽구나) 人間壽命年年益(인간수명은 날로 늘어나는데) 失職徘徊世似泥(실직하고 배회하니 세상이 마치 진흙밭 같구나)'
조순 전 부총리는 지난해 8월 정몽헌 전 현대 회장의 죽음을 보고 '雖云素質寔超群(자질이 무리 중에 뛰어났으나) 亂世誰能玉石分(이같은 난세에 누가 능히 옥석을 구분하겠는가)'라는 한시로 추모했다.
그는 시집 서문에서 "일상의 모든 일을 시로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책을 보거나 여행을 하거나 어떤 사물을 접할 때 스스로 반성하고 혹은 세상을 탄식하며 시상을 가다듬었다"면서 "눈으로 본 것, 마음으로 느낀 것, 귀로 들은 것 등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된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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