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의 최장기 분쟁지역인 수단이 26일 내전을 종식할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1983년 이후 21년간 내전을 벌였던 수단 정부와 남부 반군인 수단인민해방운동군(SPLM/A)은 26일 케냐 나이바샤에서 권력분점과 중부 3개 지역의 관할권 등에 대한 3개항의 협정에 서명,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최대의 고비를 넘겼다. 협정식에는 알리 우스만 타하 수단 부통령과 SPLM/A 지도자 존 가랑 등 양측 대표자와 음와이 키바키 케냐 대통령, 찰스 스나이더 미국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대리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최대 난제였던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로 통치되는 수도 하르툼에 대한 권력분점과 누바 산악지대, 청(靑) 나일지역, 아비에이 등 중부 3개 분쟁지역 관할권을 둘러싼 이견을 완전 해소함으로써 외교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수단 북부의 아랍계 이슬람 정부와 남부 아프리카계 기독교 반군은 83년 이후 분리독립과 자원 등을 놓고 내전을 벌여 지금까지 200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다. 그러나 앞서 북부지역에 샤리아법을 존속시키되 남부 수단 지역에는 6년간 자치권을 보장하고 독립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데 합의하면서 이번 협정을 도출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또 남부와 북부 지역 간 석유수입 분배와 별도의 통화 시스템을 실시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양측은 남은 과제인 군사적·기술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다음달 초 워싱턴에서 최종 평화조약을 맺을 예정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내전종식에 이은 미국과 수단 간 관계정상화를 조건으로 수단 정부와 SPLM/A측을 워싱턴으로 초청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번 협정에는 또 다른 내전지역인 서부 다르푸르 지역의 반군이 참여하지 않아 수단이 완전히 평화의 길로 들어섰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르푸르에서는 지난 15개월간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와 아프리카계 반군 간 유혈충돌이 계속돼 1만명 이상이 숨지고 1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협정이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지만 "다르푸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평화가 왔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지금까지 수차례 보고서를 통해 "수단 정부가 다르푸르에서 인종청소를 자행했다"며 "이 때문에 주민들이 역사상 최악의 재앙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해왔다. 휴먼라이츠워치(HRW) 보고서에 따르면 수단 정부군은 민간인에 대한 학살과 즉결처형, 가옥 및 마을에 대한 방화를 방기 혹은 주도했으며, 오랫동안 이 지역에 살아온 아프리카 토착부족 100만명을 강제 이주시켰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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