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쓰러진 황소도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 더위를 이기고 기운을 돋우는 스태미너식으로는 낙지 요리가 최고다. 전골, 아니면 볶음? 그러고 보니 모두 뜨거운 요리들이다. 시원하게 먹는 낙지 메뉴는 없을까?서울경찰청 옆 골목에 자리한 '사랑방'은 차갑게 먹는 낙지 전문점이다. 바로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낙지물회 덕분. 원래 물회란 뱃사람들이 배 위에서 횟감을 물에 비벼 후루루 먹는 음식인데 이 집은 낙지로 물회를 내놓는다.
커다란 그릇에 낙지를 잘라 넣고 오이, 배, 부추와 함께 양념에 묻혀 나오는데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식초 소금 등으로 간을 맞춘 양념 국물은 김칫국물처럼 불그스름하지만 가장자리에 얼음 조각들이 둥둥 떠 있는 것 보면 이마의 땀이 절로 가신다. 남은 국물에는 국수도 말아 준다.
낙지물회는 원래 이 집안 음식. 안주인 추성숙(42)씨의 어머니가 진도 바닷가 사람인데도 회를 먹지 못해 집에서 만든 식초 국물에 넣어 먹은 것이 시초다. 추씨가 남편 친구들한테 술 안주거리로 해 주다 '맛있다'는 평판에 어느새 대표메뉴가 돼버렸다.
낙지삼겹구이 또한 이 집만의 고유 메뉴로 인기 높다. 도톰한 생삼겹을 불판에 굽다가 익을 때쯤 양념에 묻힌 낙지를 함께 얹어 살짝 익혀 먹는다. 삼겹살과 고추 대파 양파 마늘 등에 양념된 낙지를 같이 구워 먹으니 느끼함이 없어 젊은 사람들이 특히 좋아한다.
회식용으로도 잘 나가는 이 메뉴는 손님들이 만들어 줬다. 삼겹살과 낙지를 같이 시킨 손님들이 아예 동시에 구워 먹다 보니 고정메뉴로 자리 잡은 것. 낙지 양념의 매콤함이 삼겹살에도 전해 온다.
이 집의 3대 낙지 메뉴 중 마지막은 낙지 연포탕. 냄비에 멸치 육수, 각종 야채를 넣고 끓을 때쯤 산낙지를 넣어 익혀 먹는다. 처음 낙지 다리를 꺼내 먹고 좀 있으면 머리를 잘라 준다.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는 것도 코스.
굳이 낙지가 아니라도 이 집은 생태찌개와 매생이로 유명하다. 멸치 육수에 무와 조개를 넣고 끓여낸 생태는 시원함 그 자체여서 해장용으로 많이 찾는다. 진도와 완도에서 직접 가져오는 매생이로 끓여 내는 매생이탕도 서울의 웬만한 집에서는 찾아 보기 드문 메뉴. 보통 한 그릇을 두세사람이 나눠 먹는다.
모든 음식은 주방을 맡고 있는 주인 추씨의 언니가 도맡는다. 친정 어머니의 솜씨를 그대로 물려받아 조리해 낸다고. 가짜 시비가 많은 고춧가루 또한 어머니가 시골에서 직접 사서 보내는 것만을 받아 방앗간에 직접 가져가 빻아 사용한다. 일체의 조미료는 넣지 않는다는데 맛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박원식기자
● 메뉴와 가격 낙지물회와 낙지삼겹살구이 3만5,000원(3∼4인분 기준) 낙지연포탕 2만5,000∼3만5,000원. 생태찌개 8,000원, 매생이탕 9,000원
● 영업시간 및 휴일 밤 10시까지. 일요일 휴무.
● 규모 및 주차 작은 방 6개에 테이블 15개. 뒷골목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주차료를 내준다.
● 찾아가는 길 서울 경찰청 옆 골목 안 20m
● 연락처 (02)737-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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