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월 결혼할 예정인 옥지윤(여ㆍ27)씨. 생애 최고의 이벤트인지라 모든 것을 남달리, 또 색다르게 잘 해보고 싶지만 직장생활하면서 꼼꼼하게 결혼을 준비하기가 말처럼 쉽지않다. 시간과 장소를 결정하는 것까지는 부모님과 상의해 그럭저럭 마쳤는데 청첩장 주문 단계에 가서는 앞이 막막해졌다.“주위 분들에게 기쁜 소식을 처음 알리는 초대장이 청첩장이잖아요. 요즘 청첩장은 예전과 달리 많이 발랄해졌지만 그저 그렇고 그렇기는 마찬가지죠. 남들과 똑 같은 청첩장을 보내기는 싫고, 그렇다고 뭔가 정성이 담긴 독특한 것을 찾자니 아이디어가 없고…. 요즘은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카드 가게만 둘러 본다니까요.”
옥씨 커플같이 밋밋하고 평범한 청첩장이 싫은 개성 있는 젊은 남녀를 위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모았다. 기본형에 신랑신부가 손수 작은 정성을 더한 것부터 최첨단 인터넷 청첩장까지, 용도와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보자.
보내는 정성 더하면 감동 두배
초등학교 시절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만들어 가족과 친구에게 선물하던 즐거운 기억을 되살려 손수 청첩장을 만들어보자. 수백 장을 일일이 만들다가는 결혼식 날짜가 훌쩍 지나가 버리겠지만 좋은 날을 고대하며 직접 초대장을 만드는 기쁨은 놓치기 아깝다.
이미 제작된 청첩장에 작은 정성을 더하면 신랑 신부의 즐거움도 배가 되고 받는 이의 기분도 한결 흐뭇해진다. 가장 간단한 것은 짧은 편지를 쓰는 것. 결혼 컨설팅 업체 ‘웨딩인더가든’ 김정연 실장은 “청첩장의 빈 공간을 잘 활용하면 신랑신부의 정성을 표시할 수 있다”며 “‘언제나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도록…’ 식의 전형적인 문구 옆에 ‘우리 커플 처음 만날 때 밥 사주셨던 것 기억합니다’ ‘결혼하면 사시는 곳 가까이 보금자리를 차립니다’ 등 받는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는 짧은 메모를 남기면 초대받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쓰는 재주가 없다면 청첩장에 작은 장식을 직접 달아보자. 바른손카드 조상현 차장은 “개인의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원하는 소재만 구입해 직접 만드는 DIY 형식의 청첩장이 유행”이라며 “우리나라도 리본이나 구슬을 직접 달 수 있는 반(半) 완성 제품이 많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4월 결혼한 회사원 김주영(32ㆍ가명)씨 부부는 결혼 전 직장 내 디자인부에 부탁해 한 한 장짜리‘결혼 신문’을 만들었다.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된 아기자기한 사연을 다정한 사진과 함께 담아 직장 내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청첩장과 함께 돌렸다. 김씨는 “결혼식 당일에도 손님들에게 배포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좋은 결혼 기념품으로 남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신문 형식의 결혼 청첩장은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지 않고 그래픽 및 문서 제작 프로그램으로도 만들 수 있다.
신랑신부 얼굴 담은 우표도 인기
듀오 웨드 손혜경 본부장은 최근 재미있는 청첩장을 받았다.
“여느 청첩장과 달리 두둑한 봉투가 심상치 않았어요. 뜯어보니 4장짜리 미니 책자로 되어있는 거예요. 첫 장은 책 표지처럼 만들고 뒤에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구성한 다음 마지막으로 결혼 일시와 장소를 적어 초대한다는 메시지를 넣었는데 정말 안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보이는 예쁜 신랑신부의 모습도 기분을 좋게 만들더군요.”
신랑신부의 사진을 청첩장에 이용하는 추세는 디지털 사진 기술이 발달하면서 두드러지게 늘어났다. 미리 촬영한 웨딩 사진을 넣어 다정한 모습을 자랑하는 형식이 대부분. 그림 솜씨가 있다면 직접 그린 부부의 캐리커처를 넣는 것도 재미있다. ‘M&G 웨딩 갤러리’ 웨딩 플래너 손미영 대표는 “보수적인 어르신들에게는 깔끔한 청첩장 그대로를 보내고 젊은 친구에게만 재미있는 스티커 사진을 붙이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청첩장에 커다란 사진을 넣기가 민망하게 느껴진다면 앙증맞은 우표로 부부 얼굴을 자랑하는 것도 재미있다. 우체국에서 제공하는 ‘나만의 우표’는 원하는 사진을 우표에 넣어 제작해주는 재미있는 서비스다. 인터넷 우체국(www.epost.go.kr)을 통해 손쉽게 신청할 수 있으며 가격은 20장에 6,000원 선.
저렴한 인터넷 청첩장 인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인터넷 청첩장. 초기에 종이 청첩장을 그대로 스캔해서 보내던 것이 점점 발전해 최근에는 화려한 홈페이지까지 선보이는 추세다.
가장 간단한 형식인 인터넷 카드는 발송 사이트에서 작성하거나 포토샵이나 플래시 같은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직접 만들 수 있다. 좀더 그럴듯한 인터넷 청첩장을 만들고 싶다면 전문가의 손을 빌려보자. 카드 전문업체 바른손 카드(www.barunson.com)에서는 신문모양, 유명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 한 포스터 형식, 신랑 신부가 웨딩 잡지 표지의 주인공이 돼볼 수 있는 매거진 청첩장 등 결혼 당사자의 취향에 맞는 인터넷 청첩장을 제작해준다. 가격은 1만~10만원선.
조 차장은 “청첩장을 보관하고 싶어하는 신랑 신부를 위해 사용했던 인터넷 청첩장을 스크린 세이버, 월페이퍼 등으로 만들어 부부 사진이 인쇄된 명함 사진의 미니 CD로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블로그나 싸이월드 ‘미니 홈피’ 같은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결혼을 홍보하는 것도 아이디어. 종이 청첩장에 사이트 주소를 넣어두면 청첩장을 받는 이들이 찾아와 신랑 신부의 사연도 구경하고 결혼식 참석 여부도 남겨둘 수 있다. 결혼식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두 부부의 신혼 이야기를 담은 홈페이지로 연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연예인들의 개성 톡톡 '청첩장'
뭐든지 통통 튀고 싶어하는 연예인들. 청첩장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오랜 결혼 끝에 6월 결혼하는 이상민 이혜영 커플은 결혼식 만큼이나 청첩장에 공을 들였다. 이들이 택한 것은 흰 바탕에 금색 무늬 박힌 고급스러운 디자인. 결혼식 초대, 메뉴, 자리안내, 예식순서, 피로연 초대, 참석여부 확인, 감사 등 결혼 전 과정을 포함한 7종 세트다. 이와 함께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의 사진과 두 사람의 웨딩 앨범과 방명록까지 포함한 인터넷 청첩장도 제작중이다.
지난해 5월 결혼한 개그우먼 김지선씨는 청첩장에 행운권을 담았다. 피로연에서 추첨을 통해 무료 식사권 같은 상품을 선물로 제공했는데 선배 개그맨 전유성씨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결혼한 영화배우 신은경 부부는 유럽형 청첩장을 택했다. 우아한 아이보리톤 청첩장에 초대 받은 이의 이름을 적은 자리 표시 카드나 리셉션 초대 카드까지 패키지로 구입, 고급스러운 예식에 어울리도록 했다.
/김신영기자
/도움말=바른손 카드 조상현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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