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첫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상의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에 인식을 같이한 것은 반갑다. 첫 만남에서 구체적 합의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만큼, 다음달 3일 설악산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을 좋은 조짐으로 본다. 지금처럼 안보 여건이 어려운 때일수록, 긴장완화와 우발적 충돌방지에 힘써야 한다. 특히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나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꽃게잡이를 둘러싼 용렬한 대치로 끝내 피를 흘린 남북은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우리 정부와 군도 이런 인식에서 서해상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남북 함대 직통전화 설치와 함정 공용주파수 설정 등은 모두 바람직하다. 남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불법조업 어선을 북한 함정이 단속하다가 NLL을 넘어 우리측과 우발적으로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북쪽은 어장보호에 동조하면서도, 그들이 인정하지 않는 NLL에 대신한 새로운 선을 그어 남북 함정 모두 들어가지 않는 비무장해역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보면, 민감한 NLL 문제가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그렇다면 우회하는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형편이 어려운 북한부터 강퍅한 입장을 고집할 일이 아니다. 우리도 해상경계선과 어업권에 관한 국제법 원칙을 좇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북한을 무작정 봐주자는 게 아니다. 국제 선례에 비춰 우리도 완고한 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외면한 채 문제를 풀 수는 없다.
북한은 진지한 군사문제 논의보다 경제적 실리만 노린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군사적 긴장완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우리가 많이 양보하고 적게 얻더라도, 그 파급효과는 어떤 분야의 대화 성과보다 클 것이다. 긴 안목과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지속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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