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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프리가 만난 사람-자연탐사관 '별새꽃돌' 운영 치과의사 손경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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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프리가 만난 사람-자연탐사관 '별새꽃돌' 운영 치과의사 손경상씨

입력
200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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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막상 일을 털고 자연을 찾아 나서려니 왠지 귀찮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막막하다. '치과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은 단지 부업일 뿐 자연과 어우러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진짜 직업이라고 말하는 특이한 40대 아저씨가 있다. '별새꽃돌'이라는 예쁜 이름의 자연 탐사관을 운영하며 "세상의 모든 답은 자연 속에 있다"고 말하는 손경상(41)씨. 풀벌레 울음소리 농염한 여름의 초입에서 그를 만나 자연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친 현대인에게 자연의 소리와 향기를

우주의 별, 하늘의 새, 땅 위의 꽃, 땅 아래 돌. 주위에 늘 있는 익숙한 것들이라고 여기면서도 도시에 살다보면 마음먹고 살펴보거나 관찰하기 어려운 자연의 친구들이다. 지난 3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구학산 기슭 노목마을 골짜기에 문을 연 '별새꽃돌 자연탐사 과학관'의 주인 손경상 관장은 과학관을 "도시문명에 지친 현대인이 자연의 청명한 빛과 소리, 싱그러운 맛과 향기를 직접 체험하고 탐구하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별새꽃돌 과학관의 뿌리는 5년 전 문을 연 '노목천연계 탐사관' . 서울대 치대에 다니던 시절부터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많아 방학 때면 빠짐없이 농촌봉사활동에 나섰던 손 관장은 졸업 후에도 틈틈이 농촌을 찾아 교육봉사를 했다. 부지를 구해 자연 탐사관까지 짓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 것은 현장에서 만난 두 청년 덕분이었다.

"지구과학을 전공하던 대학원생이었던 최종걸(현재 삼육대 지구과학연구소 소장)씨와, 자연이 좋다며 1주일에 2∼3일씩 침낭 하나 달랑 들고 학교 뒷산에 오르던 대학생 박영욱씨를 우연히 만나 이야기하던 중 서로 같은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저희가 동의했던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할 때 비로소 아이들의 생각이 바뀐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처음에는 강원도 횡성에 있는 한 대안학교 옆이 유력한 후보지였는데 물이 없다는 단점 때문에 이 곳으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호젓한 산에 자리잡아 조용한데다 4㎞ 넘게 개울이 뻗어 있어 생태계가 아주 잘 발달된 곳이죠."

좋은 뜻으로 추진한 일이었지만 골짜기 위에 건물이 들어선다고 하자 마을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노목마을의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동의를 얻고 처음에는 1층만 지었던 것을 조금씩 확장해 지금의 3층 건물로 올렸다. 그 동안 과학 교사나 지인들에게만 알음알음으로 공개하며 자료를 수집해오다 올해 5월 6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까지 갖춰 '확장 개업'했다. 초기에 의기투합했던 청년들은 지금까지 과학관의 교사로 손 관장을 돕고 있다.

치과 의사는 부업, 본업은 과학관장

한 재단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손 관장은 모자란 부분을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털어 채워 나가고 있다. "부지를 구입하고 관측시설을 짓고 천체망원경 등 장비를 구입하는데 돈이 만만치 않게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렵게 시작한 일인데 돈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병원 개업하려고 사 둔 땅을 팔고 그 동안 들었던 적금과 연금을 다 해약하고 아파트까지 처분하니 통장에 20만원 정도 남더군요."

손 관장의 월급은 지금도 전혀 없다. 탐사오는 이들에게 회비를 받기는 하지만 한 달에 1,000만∼2,000만씩 쌓여가는 적자는 손 관장이 떠맡는다. 그러다 보니 정식 관장으로 취임한 2002년부터 원주에서 운영하는 치과 수입 전액은 과학관으로 들어오고 있다.

"관장으로 취임하면서 아내에게 1년만 과학관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어요. 이미 몇 차례 비슷한 문제로 속상했을 아내에게 사업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꿈과 이상'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득을 했죠. 1년 계획이 2년째 접어들면서 집사람도 더 이상 참기가 어려웠던지 50%만 내라고 하더군요. 물론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결국 아내가 제 뜻을 이해해 주었습니다. 요즘은 '당신 산 속에 들어가더니 성격이 아주 좋아졌다'고 말해줍니다. 고마울 따름이죠."

"아버지와 함께 보던 밤하늘 아직도 생생"

그는 자신이 이토록 '자연예찬자'가 된 것은 전적으로 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한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아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산과 들을 다니길 좋아하셨던 아버지. 손 관장은 네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도 아버지와 함께 앉아 하늘의 별을 보던 어느 가을 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말한다.

"14살 때 9월쯤일 겁니다. 밤 늦게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나오라고 부르시더군요. 은하수가 쏟아질 듯 흐르는 하늘을 보고 아버지가 백조 거문고 독수리 돌고래 자리를 설명해주시고 견우와 직녀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셨어요. 저에게는 너무나도 신기한 세계였습니다. 그 후로 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하늘을 보면 무한히 넓은 우주를 상상하게 되고 닥친 문제들이 아주 작아지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손 관장의 네 자녀도 아버지를 닮았는지 '새 이름 대기'와 '별 보기'가 취미다. 고등학교 1학년 생인 맏아들은 벌써 천체나 새를 관찰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하고 초등학교 3학년짜리 셋째 딸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과학관을 이어받는 것 꿈이라니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

"식물이 향기로운 꽃 향기를 내고 씨앗을 만드는 이유를 자신의 종자를 퍼뜨리기 위해서라고 가르치는 교육은 문제가 있습니다. 식물이 열매를 맺는 것은 동물과 인간이 먹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또 식물이 많아지면 공기가 맑아지니 도움을 받는 건 인간이지요. 이 같은 자연의 고마움을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봉양=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탐사과학관 프로그램

과학관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저녁에 시작해 다음날 정오에 마치는 1박2일로 구성된다. 해가 지면 천체 투영실에서 별자리 공부를 한 후 쌍안경을 들고 밖으로 나가 직접 별자리를 찾아본다. 17대의 천체 망원경으로 토성의 고리와 목성의 띠를 또렷하게 관측해 볼 수도 있다.

아침이면 새에 관한 설명을 들은 후 쌍안경을 목에 걸고 노목마을의 산새를 찾아 나서고 휴대용 볼록렌즈를 들고 야생화를 관찰한다. 계곡물에 발을 담근 후 과학관으로 돌아와 전시실을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과학관 2층에 마련된 화석 전시실에는 200여 점의 화석이, 암석·광물실에는 100여 점의 광물이 전시돼 있다. 이 중 구입한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과학관 교사들이 태백, 경주, 남해안 등을 다니며 모아온 것이라 더욱 값지다. 손 관장이 의사다운 실력을 발휘, 치과용 석고로 직접 본떠온 공룡 발자국도 볼거리다.

http://nta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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