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청와대 회동 후 후속조치 마련에 본격 나섰으나 구체적인 추가 투자 방안 마련이 여의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청와대 회동에 총수가 참가한 15개 그룹은 지난해 투자실적 34조2,000억원에 비해 34.2%, 연초 투자계획에 비해서는 16.8% 늘어난 4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재계는 그룹별로 27일부터 내부 회의 등을 거쳐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마련,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의 경우 27일 청와대 회동의 후속조치로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휴대폰 등을 중심으로 당초보다 3조5,000억원 늘린 20조원을 올해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매년 투자 규모를 20%이상씩, 신규채용도 1만5,000∼2만명 이상씩 늘린다는 방침이다.
LG그룹도 2010년까지 전자부문 연구개발(R&D)에 30조원을 투자, 세계 3대 전자·정보통신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이미 발표된 내용으로, 청와대 회동에 따른 후속조치는 아직 고민 중이다.
SK그룹도 27일 계열사 연구개발(R&D) 담당자들을 모아 향후 연구개발 방향과 역할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SK관계자는 "구체적인 신규투자 방향이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그룹은 구체적인 추가투자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청와대 회동을 위해 투자금액을 급히 늘려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3월말 15대 그룹의 올해 투자계획을 취합, 31조 6,000억원으로 발표했는데 청와대 회동에서 46조원으로 두 달새 무려 45.5%가 늘어난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신규 투자의 걸림돌이 됐던 출자총액제한제와 금융기관 의결권 축소, 수도권 공장 신·증설, 공장총량제 등이 청와대 회동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은데다, 투자가 상대적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적은 첨단 정보통신(IT) 부문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과 면담 한번 했다고 해서 신규투자가 갑자기 늘어나 경제가 회생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