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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한·미동맹] <3·끝> 새 동맹틀을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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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한·미동맹] <3·끝> 새 동맹틀을 짜자

입력
200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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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4일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을 요청 받은 뒤 3일만인 17일 '이해와 동의'라는 형식으로 이를 수락했다. 한미간에는 주한미군의 해외이동과 관련해 정해진 어떠한 지침이나 규정도 없다. 때문에 내용면에서는 미국의 일방적인 통보나 다름이 없었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극명히 보여준 사례"라고 말들이 많다.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에 이어 감축논의까지 불거지면서 한미동맹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동맹 재조정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 출범을 전후해 불거지다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으로 규정돼 일단 봉합되는 듯했다. 올들어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안보정책 구상'을 통해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의 병행발전"이라는 개념으로 이를 구체화했다. 그러나 '협력적 자주국방'으로 표현되는 이 구상은 실상 알맹이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 포장하든 한미동맹은 "세계적에서 드물게 한미연합사라는 단일지휘체계를 갖추고 공고한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면서, 한번의 통보로 대규모 병력을 빼나갈 수 있는 허울뿐인 동맹"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한미동맹의 재조정 논의는 주한미군의 성격을 새롭게 규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지금까지 주한미군의 임무는 대북 억지력에 사실상 국한됐다. 하지만 미국의 해외주둔군재배치(GPR)계획은 한반도의 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전환하고 작전범위도 동북아지역으로 확대한다는 함의를 갖고 있다. 주한미군이 지역안보군으로 전환돼 해외에 파견될 경우 단일 지휘체계 하의 한국군 역할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상당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전환은 불가피한 추세인 만큼, 이를 계기로 대등한 한미동맹 관계를 설정할 기회로 삼자고 주장한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력과 방위력 신장에 걸 맞는 안보분담도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한국방위 임무를 상당부분 한국이 떠맡고 동시에 한국군이 미군을 지원하는 개입형 한미동맹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입형 동맹은 협력적 자주국방과도 일맥상통한 측면이 있고, 지역안보를 공동책임지는 미일동맹과 같은 범주가 된다.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대등한 동맹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이에 따른 막대한 국방비 증액에 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미 미일동맹을 동북아지역 대 중국전략의 핵심축으로 삼은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게 과연 현명한 길인가는 주장도 나온다.

어떤 경우든 1953년 체결 이후 한차례 개정도 없었던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손질해야 할 때가 왔다는 공감대는 확산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한미간의 불평등 관계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한미동맹이 미일동맹과 같은 지역동맹으로 바로 이어진다면 위협을 느끼는 북한과 중국이 반발할 수 있다"며 "북한의 위협도 공동대응할 수 있는 느슨한 형태의 지역동맹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 美·日 동맹의 역사

일본은 2차 대전 종전 6년 후인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맺으며 미일안전보장조약도 체결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비슷한 안보동맹이지만 패전국 일본의 국내치안까지 미군이 담당한다는 가혹한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일본은 수 차례에 걸쳐 조약을 갱신해 97년에는 지역안보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내용의 신방위협력지침을 이끌어냈다. 53년 체결 뒤 한차례도 조약을 개정하지 않은 우리와 대조적이다.

60년 미일안전보장조약 개정에서는 패전국에서 동맹국으로 위상을 높였다. 당시 조약개정은 국내에서 반전단체와 학생운동권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이른바 '안보파동'을 불렀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미국에 내줬던 국내 치안권을 되찾았으며 군사작전의 주요내용과 관련한 협의를 명문화했고 10년 단위로 조약을 개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구소련에 대한 미일양국의 공동순사대응은 68년 미일방위협력지침으로 더욱 구체화했다.

90년대 구소련의 붕괴로 미일동맹은 전환기를 맞았다. 가상적은 사라졌지만, 미국과 일본은 군사동맹관계를 도리어 한층 강화했다. 결과물로 나온 것이 96년의 신 안보공동선언과 97년의 신방위협력지침이다. 뉴가이드라인으로도 불리는 신지침은 자위대가 주변사태에 개입하도록 한 '전쟁 매뉴얼'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대등하고 효율적인 동맹관계를 설정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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