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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母子의 솔직한 사랑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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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母子의 솔직한 사랑전쟁

입력
200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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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버이날 아이들에게 '부모님에 관한 글쓰기'를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우리 반 찬걸이가 씩씩하고 용감하게 칼을 뽑아 들었다.

<부모님 이야기>

난 정말 우리 엄마 아빠가 너무 싫다. 특히 엄마는 더 싫다. 그냥 사춘기라서 그런 게 아니다. 나한테 너무 기대하고 바라는 게 많다. 나는 그게 너무 싫다. 정말 어떨 때는 집을 나가거나 죽을 생각도 해 보았다. 내가 무슨 천재인 것처럼 목표도 너무 높은데다가 나와는 정반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마찰이 일어나게 된다.

아빠는 나를 좀 믿어주는 편이지만 엄마는 나를 너무 못 믿는 편이다. 나를 너무 못 믿어서 아주 의심을 하기까지 한다. 어떨 때는 너무 의심을 해대서 정말 울고 싶고 가출하고 싶을 때도 있다. 이 차이를 줄여보고자 여러 가지 노력도 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나로서는 절대 못할 일인데 어떻게 이런 걸 바랄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좀 현실을 직시하고 좀더 현실적이었으면 한다.

그게 내가 엄마 아빠에게 바라는 단 한 가지 소원이다.

―박찬걸

며칠이 지났다. 이번에는 찬걸이 어머니께서 아이들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주셨다. 처음에는 반 아이들 모두에게 힘을 주는 말씀을 해주시는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들에게 반격을 가한다.

<새로운 즐거움>

오늘은 요녀석들이 무슨 글을 올렸을까? 학급 홈페이지를 알게 되면서 새로운 즐거움에 푹 빠져 있지. 우리들 이야기, 선생님 말씀, 나눔과 실천, 글쓰기 공부방 등등. 그 중에서도 우리들 이야기를 읽으며 너희들의 일기장을 몰래 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너무 재미있어. 글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너희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게 되었지.

선생님 말씀을 읽으면 우리 부모들이 하고 싶은 말과 너희들이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을 잘 섞어 올려주셔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한 마디 하고 싶어. 피나는 노력 없이 좋은 결과는 오지 않아.

날씨도 점점 더워지는데 공부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치겠지만 공부는 때가 있잖아. 시기를 놓치면 열 배, 스무 배 힘들다는 것은 너희들이 더 잘 알고 있겠지. 얘들아. 힘내고 건강하고 후회 없는 학창시절을 보내. 그리고 아들!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싫다고? 나 역시 그래. 지긋지긋∼∼.

―찬걸이 엄마

어머니가 쓰신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는데 자꾸만 웃음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히죽히죽 웃으며 어머니가 쓰신 글에 이런 댓글을 달아 드렸다.

어머님 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엄마랑 아들이랑 이렇듯 티격∼∼ 아버님은 누구 편을 드실는지?

어머니와 아들의 전쟁은 과연 어떻게 끝났을까? 찬걸이 눈두덩이 시퍼렇게 변하지는 않은 걸 보면 그리 큰 불상사가 생기지는 않은 듯하다. 이렇듯 거리를 두고 주고 받는 말 한 마디. 조금은 더 넉넉한 마음으로, 조금은 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이겠지?

할 말을 하는 것.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예외는 아니다.

/nmhnm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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