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가 SK텔레콤에 대해 앞으로 2년간 더 정부의 조건부 규제를 받으라고 결정함에 향후 이동통신시장의 기상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LGT "맑음"
당분간 화창한 날이 계속된다. SK텔레콤의 마케팅 활동이 소강기에 접어든 가운데 7월부터 KTF 번호이동성 실시라는 호재가 있다. SK텔레콤과 경쟁 부담을 덜고, 기존 KTF 고객 모셔오기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SK텔레콤이 이통 3사간 자율규제 논의과정에서 LG텔레콤에 대한 '양보'를 주장하며 KTF 견제를 본격화한 점을 고려하면, SK텔레콤의 차별적 디마케팅(demarketing)을 통해 LG텔레콤이 이득을 볼 수도 있다.
'생존가능선'으로 설정했던 연내 600만 가입자 달성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이를 계기로 가입자 확보에 박차를 가해 이익을 낼 수 있는 '총 시장의 18%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SKT "흐림"
SK텔레콤은 자의든 타의든 시장점유율 확대를 포기해야 할 처지다. 보조금 지급에 대한 정부의 감시와 규제가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여 당초 계획했던 번호이동 마케팅도 움츠러들 공산이 크다.
정부가 이통 3사간 상호접속료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만에 하나 다음달 7일 통신위원회에서 SK텔레콤에 대한 규제조치가 나온다면 잔뜩 찌푸린 날씨에 비까지 쏟아지는 격이다. 보조금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기존 고객을 지킬 묘안이 절실한 가운데,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와 휴대인터넷 등 신사업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그러나 이를 전기로 신규 시장 개척에 성공한다면 새옹지마(塞翁之馬)가 될 수도 있다.
●KTF "안개"
KTF는 7월 자사 고객(016·018 사용자)의 번호이동성을 앞두고 있다. SK텔레콤을 시장점유율 50%의 굴레에 묶어 예봉을 피하는 데 성공했지만, 3자간 세력구도에서 첨예한 긴장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고립을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KTF는 당분간 LG텔레콤의 번호이동성 공세만 잘 막아내면 꿈꿔온 이통시장 1위 도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으로 LG텔레콤을 지원하고 나선다면 앞뒤로 경쟁자를 맞이해 힘든 싸움을 해야 한다.
KTF는 지금 새벽 안개에 휩싸여 있는 셈이다. 화창한 여름 햇살이 기다릴지, 장마비가 쏟아질지는 안개가 걷혀봐야 알 것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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