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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00부작 '영웅시대' 상하이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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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00부작 '영웅시대' 상하이 촬영 현장

입력
200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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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중국 상하이(上海)를 남북으로 가르는 황푸(黃浦)강 하류의 한 부두. MBC 100부작 대하드라마 '영웅시대'(극본 이환경, 연출 소원영·박홍균)의 촬영이 한창이다. 부두 노동자의 하역 장면을 지켜보던 천태산(차인표)이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화물선 갑판에 오른 국대호(전광렬)를 발견하고 소리친다. "어이, 국형!" "아니, 자네가? 허허."

때는 1930년대 말, 자동차 수리공장을 운영하던 천태산이 후원자 강 영감에게서 "국대호는 조선의 거상이 되겠다며 중국에 건너갔는데 네 놈은 언제까지 좁은 조선 땅에만 있을 게냐"는 호통을 들은 뒤 꿈에서 국대호를 만나는 장면이다. 천태산과 국대호는 이미 알려진 대로 고 정주영 현대 회장과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을 모델로 했다.

비록 꿈 속이지만, 사납게 일렁이는 황톳빛 강물을 배경으로 이들이 주고 받는 대화에는 훗날 세계 무대를 호령하는 두 영웅의 청년 시절, 태산이라도 옮길 듯한 야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왕 전쟁을 할 바에는 이겨야지요. (중략) 두고 보십시오. 이 천태산이 천하제일의 사업가가 되는 날을." "역시 자네다운 배폴세. 그런데 이를 어쩐다. 난 이미 전쟁에 뛰어들었네. 그리고 천하제일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생각도 없어."

25일에는 6만평 규모의 처둔(車墩) 오픈세트에서 400여 명의 중국인 엑스트라가 동원된 가운데 국대호가 중국 각지의 상거래 현장을 둘러보며 새 사업을 구상하는 장면의 촬영이 이어졌다. 7월5일 첫 방송하는 '영웅시대'는 천태산의 어린 시절을 그린 초반부 촬영을 이미 마쳤고, 청년기에 접어든 8회부터는 6월 초 본격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실존 인물을 다룬 드라마가 흔히 그렇듯이 '영웅시대' 역시 기획단계부터 '재벌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등 논란이 적지 않았다. 또 첫 회에 고 정몽헌 회장의 자살 사건이 등장하고, 정주영 이병철 전 회장의 가족사는 물론 후계 구도를 둘러싼 다툼까지 다룰 예정이어서 현대, 삼성그룹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원영 PD는 "두 분을 모델로 하고 가족사 등이 일부 차용되기는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인 만큼 (주변의 우려를)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주인공을 맡은 두 연기자는 서로 상반된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차인표는 "정주영 회장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었다면 맡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역사를 바탕으로 한 허구의 인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전광렬은 "한국형 기업 모델로 세계를 제패한 이병철 회장 역을 맡게 돼 영광"이라면서 이 전 회장의 일생에 대한 나름의 분석 결과를 풀어놓기도 했다.

'영웅시대'가 재벌 미화 그리고 명예훼손이라는 양날의 칼을 피하면서 제작진의 의도대로, 모든 것이 힘겨운 시기에 희망의 등불을 비출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상하이=이희정기자

jaylee@hk.co.kr

■ '천태산'역 차인표

"대본을 받아보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 그리고 실직자들이 모여든 PC방 풍경이 떠올랐어요. 그 분들이 꼭 이 작품을 보고 희망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차인표(37)는 "천태산은 어려웠던 시절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꿈을 키운 곧은 사람"이라면서 "연기 하면서 인생공부 많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천태산은 정주영이 아니다'는 주장이 억지 아니냐는 질문에 "어떤 작품이든 보는 각도에 따라 천 사람의 해석이 다 다를 수 있다"면서 "작가의 의도가 어떻든 나는 완전히 허구의 인물로 생각하고 연기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획단계부터 일었던 재벌 미화 논란 등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역시 '바른생활 사나이'답다.

그는 현재 대만·홍콩 합작 드라마 '천여유정'(天如有情)을 촬영하느라 석 달째 상하이에 머물고 있다. 40회 출연 예정인 '영웅시대'를 택한 이유 중 하나도 "주말연속극이나 100부 모두 등장하는 대하드라마에 비해 부담이 적어 중국 활동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서극 감독이 제작, 연출하는 중국 CCTV의 30부작 무협극 '7개의 검'에도 출연 제의를 받은 상태. 첫 중국 진출작인 무협드라마 '사대명포'(四大名浦)가 흥행에 실패해 "DVD 가게에서도 창고 신세"라면서, 중화권 드라마를 고집하는 까닭은 뭘까.

"4,700만과 15억을 상대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죠. 한국 드라마 아무리 잘 만들어 팔아도 프라임 타임대에 방송되기는 어렵죠. 또 한국에서는 20, 30대 지나면 큰 배역을 맡기 힘들잖아요. 중국은 가장 인기 있는 연기자들이 대개 40대 이상이라 정말 부러워요." 그는 "10년쯤 뒤에는 더빙 없이 연기하는 걸 목표로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이 '반짝 인기'를 누리자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차인표는 6월10일께 귀국해 '영웅시대' 촬영에 합류할 예정이다. 사실 그의 캐스팅을 두고 저돌적인 천태산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이런 우려에 대해 "상식 이하로 저돌적이지는 않다.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많다"고 받아넘겼다. 지독히도 운 없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에서는 줄곧 좋은 성적을 보여온 그의 저력이 다시 발휘될지 궁금하다.

/상하이=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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