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이르면 내년 말부터 '자동차 차광(遮光) 유리'(선팅·Window Tinting)에 대한 본격 단속을 실시할 방침이어서 단속 기준과 방법, 범위 등을 놓고 운전자들은 물론, 관련 업체의 반발이 예상되는 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의결 절차를 거치는 대로 시행령을 개정, 차광 단속 기준을 확정해 내년부터 홍보·계도기간을 거쳐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단속기준을 현행 '10m 거리에서의 승차자 식별 여부'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가시광선(可視光線) 투과율'로 변경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을 거쳐 단속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나 대략 '가시광선 투과율 50∼70%'범위를 단속기준으로 삼을 방침이다. 경찰은 또 자동차 유리에 갖다 대면 자동으로 가시광선 투과율이 측정되는 단속장비(Window Tint Meter)를 도입, 내년 중 전국 일선 경찰서에 2대씩 지급해 단속 시비를 최대한 줄인다는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각종 교통사고는 물론, 차량 이용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나친 선팅은 단속해야 한다"며 "측정기를 이용한 과학적인 단속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 차광필름의 가시광선 투과율이 50% 이하인 탓에 선팅을 한 차량은 거의 모두 단속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어 투과율 단속기준 결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002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시중에 유통중인 차광필름의 투과율을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23종의 차광필름 가운데 불과 4종만이 투과율 50%를 넘겼고, 절반에 가까운 11종은 3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국내 전체 자동차 1,400만대 가운데 약 80% 이상이 선팅을 했으며, 경찰의 새 단속기준을 적용할 경우 대부분 선팅 차량이 불법 차량화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시광선 투과율 기준이 70%로 결정될 경우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차량은 평균 투과율 71.4% 기준으로 생산되는 신차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소비자보호원 실험결과에 따르면 가시광선 투과율이 30%를 넘어도 주간 안전운행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팅 업체들과 운전자들은 경찰의 단속 방침에 "단속을 위한 단속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H자동차유리상사 안모(36) 사장은 "선팅의 기본 목적은 햇빛과 자외선 차단에 따른 연료 절감과 충돌사고시 유리 파편 비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 1월 자동차에 선팅을 한 회사원 김모(27·여)씨는 "사생활을 침해당하기 싫고 눈부심 현상을 견디기 힘들어 선팅을 했는데 안전운행을 위한 조치를 단속하겠다니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