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지콰이의 음악은 초여름이다. 저녁, 열어 놓은 창문 틈으로 불어 들어 오는 이른 여름의 시원하고 정갈한 저녁 바람처럼 기분 좋다. 모두가 손 흔들며 '안녕'하고 퇴근한 후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을 때, 그 억울함도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괜찮다. 까치발로 물 위를 통통 걷는 것처럼 경쾌하고 맑고 가벼운 노래소리가 간질간질 귓가를 흔들어 놓는다. 나른하게 내려다 보는 오후의 창 밖 풍경처럼 말랑말랑 마음은 한가로워진다. 정말 기분 좋은 음악, 클래지콰이.
이 희한한 음악을 들고, 여기까지 온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클래지콰이는 캐나다 교포인 김성훈(30)의 프로젝트 그룹으로, 역시 캐나다 교포인 알렉스(25)와 호란(25·연세대 4학년)이 보컬로 참여하고 있다.
시작은 2001년 김성훈이 자신의 웹사이트(www.clazziquai.co.kr)에 몇 곡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명문 카필라노 컬리지에서 재즈를 공부하고 웹디자이너로 일하며 인터넷에 올린 그의 노래가 사람들의 레이더망에 걸려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음악의 주인공을 찾아, 음반을 내보자며 전화를 하고, 심지어 직접 찾아 온 사람도 여럿 있었지만 "너무 트랜디하고 앞서간다" "아직 음반으로 내기에는 이른 것 같다"며 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음반이 나오지 않아도 클래지콰이는 음악 좀 듣는다는, 소위 선수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됐다. 음반 발매 전에도 이들의 곡은 유희열의 프로젝트 음반인 'Walk Around The Corner', MBC '한뼘드라마' OST 등에 수록됐고 CF 삽입곡으로도 쓰였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 이들이 1집 'Instant Pig'를 발표했다. 이름이 주는 생소한 만큼이나 음악도 낯설지 모른다.
"뭐 하는 애들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대답하기도 쉽지 않다. 그냥 "일렉트로니카 하는 이들이야"라고 말해도 될까? 대답이 어려운 이유는 너무도 다양한 음악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묘한 통일감을 이루고 있다.
디스코 느낌의 'Futuristic', 칠아웃―라운지 음악이란 게 이런 것임을 보여주는 'After Love', 라틴 향취가 풍기는 'Novabossa' 등등. 클래식, 재즈의 느낌에 그루브감(리듬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는 김성훈의 잡식성 음악취향에 기인한다. "음악을 들을 때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아요." 굳이 이들의 장르를 정하자면 퓨전 하우스.
고1때 캐나다로 건너가 동서양 문화의 혼합 속에서 자란 김성훈의 어떤 것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클래지콰이의 음악을 만들어 낸 건 아닌지.
때문에 자신의 음악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 갈지는 전혀 모른다. 다양한 음악을 듣고 또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데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mp3 파일로 올렸던 음악과 음반에 들어 있는 음악은 많이 다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2집을 낸다면 1집과는 다를 것이다. 늘 새롭게 변화하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김성훈의 말이다. 이들은 다음달 4일 클럽 플럭서스 화수목에서 런칭파티를 열고 활동을 시작한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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